[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중국 요(堯)나라 때 허유(許由)와 소부(巢父)라는 전설적 은자(隱者)가 살았다. 요 임금이 작심하고 허유를 만났다. "짐이 나이가 들고 부족함이 많아 천하를 다스릴 수 없소. 그대가 천하를 통치하였으면 하오." "천하가 잘 통치되고 있습니다. 제가 대신하면 저는 허울에 불과합니다. 뱁새는 둥지를 위해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고 해도 배만 채우면 그만입니다." 허유는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밭을 갈며 살았다.

요 임금은 이고초려(二顧草廬)를 단행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대밖에 없소" 허유는 듣자마자 부지런히 영수(潁水) 물가로 가 귀를 씻었다. 때마침 친구 소부가 소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여보게, 귀를 열심히 씻는 이유가 뭔가?" "요 임금께 나라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네." 소부는 듣자마자 소를 상류로 몰고 가 물을 먹였다.

허유는 천하 통치를 더럽고 추한 것이라 여겨 요 임금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 추함과 오물이 귀속에 남아 있다고 여겨 강물에 귀속을 말끔히 씻었다. 소부는 허유 귀에서 씻긴 더럽고 추한 속세의 오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었다. 소부가 누구였던가? 새처럼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산다고 해 '둥지 소(巢)'로 이름 지을 정도로 속세를 등진 고결한 선비였다.

중국 당나라 때 전유암이 산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았다. 인격이 고매하고 지식과 지혜가 풍부해 세간의 명망이 높은 선비였다. 고종(3대 황제)은 그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싶었다. 몇 차례 신하를 보냈지만, 답은 늘 '거절'이었다. 전유암은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험준하고 계곡이 깊은 기산으로 옮겼다. 어느 날 고종이 직접 전유암을 찾았다. "도대체 왜 짐의 부름을 거절하는가?" "신은 샘과 돌이 고황(심장과 횡격막 사이의 질병으로 치료가 어려움)에 걸린 것처럼 자연을 즐기는 것이 고질병이 되었습니다." 고종은 더 묻지 않은 채 발길을 돌렸다. '천석고황'이란 고사가 탄생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정도가 극에 달해 고질병에 걸리다.'

전유암이 과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고종의 부름을 거절하고 기산행을 택했겠는가? 여하튼 허유나 전유암이 황제의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정치다.

정치는 인간다운 삶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권력을 포획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행위다. 단서가 붙는다. 합법적이고 민주적이고 공정한 척도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권력포획을 둘러싸고 암투와 중상모략이 횡행하고, 권력 유지와 행사에는 대중 영합 아니 거짓과 회유가 우글댄다. 오죽하면 아리스토파네스(고대 그리스 시인)가 '정치는 불학무식(不學無識)한 깡패에 알맞은 직업'이라 했겠는가? 허유와 전유암이 황제 제의를 단칼에 거절한 이유다.

최근 청와대가 25살 대학생 박성민 여당 최고위원을 공무원 1급 청년비서관에 임명했다. 일부에서 공정성 논란을 제기한다. 벼락출세의 행운에 대해 같은 세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점에서다. 청와대가 썰물의 청년세대를 붙잡기 위한 술책이고 그녀가 청년대책이나 문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급기야 해임과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사이트 '박탈감 닷컴'이 개설됐다.

김동우 논설위원
김동우 논설위원

청년비서관 자격이 청년이고 그녀는 여당 최고위원인지라 인사에 문제가 없다며 청와대는 공정성 논란을 불식한다. 하지만 의도가 드러난 발탁과 '웬 떡이냐'며 수락한 행동은 정당성을 담보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요즘 참새들은 허수아비나 깡통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자칫 농부는 허수아비와 깡통만 믿다 수확 포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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