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성렬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 산업폐수과장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란 물, 공기, 토양 등 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가 지구의 생산 및 정화 능력을 초과하게 되는 시점을 일컫는 말이다. 이날 인류는 한 해에 주어진 생태 자원을 모두 소진하게 되어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사용함으로써 미래세대에게 생태적 빚을 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인류의 생태자원 소비는 자연의 재생 능력을 넘어섰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가 매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계산하여 발표하고 있다.

2021년 지구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가 발표한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9일이다. 지구 생태용량초과의 날은 1987년 12월 19일, 1995년 11월 21일, 2005년 10월 20일, 2008년 9월 23일, 2010년 8월 21일, 2019년 7월 29일로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2020년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어 8월 22일로 일시적으로 늦춰졌으나 올해 다시 2019년 수준으로 앞당겨 진 것이다. 이는 365일 동안 사용할 자원을 209일 만에 모두 써버린 것으로, 156일은 미래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가불하여 쓰는 상황이며, 인류가 지금의 삶을 지속한다면 지구 1.7개 필요한 것이다. 2021년 국가별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카타르가 2월 9일로 가장 빠르고, 인도네시아가 12월 18일로 가장 늦다. 우리나라는 4월 5일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빠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365일 사용할 자원을 94일 만에 모두 써버린 셈이다. 전 세계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생활한다면 지구 3.8개가 필요하다.

지구 생태용량초과의 날은 생태발자국과 지구의 생태용량을 비교하여 산정한다. 생태발자국은 인간이 생활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토지면적으로 나타낸 값이다. 의식주 문제해결과 경제활동에 소요되는 자원을 얻기 위해 필요한 생산적인 토지면적을 표준화된 단위인 글로벌 헥타아르(gha)으로 표시한다. 글로벌 헥타아르는 같은 토지 면적이라도 생산성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한 면적이다. 값비싼 옷을 입고, 육류소비가 많고, 큰 주택에 거주할수록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토지면적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에너지 사용량,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의 종류와 이동거리, 배출하는 폐기물량 등도 생태발자국에 포함된다. 부유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나 국가일수록 생태발자국은 커진다. 즉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발자국은 농경지, 산림, 초지, 어장, 건설부지, 에너지부문으로 구성된다. 이중 에너지부문의 소요면적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필요한 토지면적을 나타내며, 탄소발자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탄소발자국은 생태발자국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의 생태용량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생태발자국이 증가하면서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또한 급증하는 탄소발자국은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있어 탄소중립이 현세대의 최고 환경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의 늦춰 후세들에게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오늘 나부터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인류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성렬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 산업폐수과장
조성렬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 산업폐수과장

백범 김구 선생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한시가 가슴에 와 닿는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