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미달 속출하며 지역 '된서리'… 도미노 고사 '가속'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서울에서 먼 지역부터 폐교 수순을 밟을 게 확실합니다. 고등교육정책도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 있다보니 비수도권에 있는 지방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백약이 무효하는 생각만 듭니다." (A지방사립대 관계자)

"올해는 추가 모집까지 진행해 겨우 수십명대 미달 수준으로 막았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수백명 가량이 미충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충청권은 수도권과 가까워 선방한다는 말도 옛말입니다. 그나마 수도권 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들을 수용하다보니 대규모 미충원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B지방사립대 관계자)

대학의 위기는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경쟁력을 갖춘 주요 대학은 아직 살만하다. 서울에서 먼 지역에 있는 지방대와 대학서열이 낮은 순서의 지방대가 차례대로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정확하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서울 집중 현상은 지방대 몰락의 가속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는 최악의 구조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올해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입학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33만6천265명)과 전문대학(15만1천267명)의 전체 신입생 인원은 48만7천532명이다.

이는 지난해 52만4천260명과 견줘 3만6천728명이 줄어든 규모다. 4년제 대학 신입생은 1만3천858명, 전문대학은 2만2천870명이 감소해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보다 더 심각했다.

이처럼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신입생 수가 5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통계다.

지역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처참하다. 4년제 대학의 경우 경남에 있는 대학은 1천769명(12.9% ↓), 강원 1천930명(11.2% ↓), 전북 1천824명(10.8% ↓), 경북 2천264명(10.1% ↓)이 줄었다.

또 대전 844명(4.4% ↓), 충남 686명(2.3% ↓), 충북 1천318명(7.6% ↓)이 감소했다.

반면 서울과 인천에 있는 대학의 신입생은 각각 917명(1.1% ↑), 48명(0.6% ↑) 늘었다. 수도권에 있는 4년제 대학은 대폭 줄어든 비수도권과 달리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으로, 대학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대비 지역별 4년제 대학 학생 수 변화. (단위 %)
지난해 대비 지역별 4년제 대학 학생 수 변화. (단위 %)

전문대학은 더 상황이 나쁜데, 대전과 충남의 경우 각각 1천916명(24.3% ↓), 1천294명(19.5% ↓)이 급감했다. 충북도 965명(16.9% ↓)이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충북의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등록율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충북의 4년제 일반대학 등록률은 93%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하위 7번째다. 충북의 일반대학 가운데 국·공립대학의 등록률은 99.7%, 사립대학은 89.4%를 기록했다.

충북의 전문대학 등록률은 겨우 72.6%를 기록, 전년(87%) 대비 14.3%p나 떨어졌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대전(71.8%)에 이어 2번째로 등록률이 낮은 것이다.

전문대학 등록률이 80% 미만으로 떨어진 지역은 충북을 비롯해 대전, 부산(75.1%), 충남(76.1%), 제주(78.9%) 등 4곳 뿐이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현실화'를 떠나 이미 '가속화'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대는 이미 무너지는 징조가 확실하다고 한다. 미충원 인원이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되고 있어 도미노 폐교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는 "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비수도권 대학들은 대규모 미충원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도권에 근접한 대학이 신입생 충원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이미 오래 전에 깨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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