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최근 루틴(routine,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이란 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모닝 루틴, 건강 루틴, 정리 루틴, 학습 루틴 등 일상에서 행해지는 일에 루틴을 붙이는 것이다.

루틴은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를 이르는 말이었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의 바람이 커서인지 '나만의 루틴'이 방송 소재가 되고, 트렌드가 된 것 같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불안감이 해소되고 무엇보다 평정심을 찾을 수 있기에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전문가들도 추천한다.

신간 '루틴의 힘' 서평을 인용하자면,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 매일 차가운 얼음물로 샤워하고 이발을 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하루에 500단어씩 꼬박꼬박 썼으며,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쓰기, 달리기와 수영, 독서와 음악 감상을 차례로 한 뒤 밤 9시에 잠자리에 드는 일과를 반복했다고 한다. 이른바 창작을 위한 작가들의 예술 루틴이다.

그렇다고 루틴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명상, 기도, 스트레칭, 걷기, 화초에 물주기, 반려동물과 교감하기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모든 행위들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반복적으로 하면 된다.

필자의 경우, 책이나 신문 등을 낭독한 지 오래 됐다. 예전 스피치 교육을 진행하며 체화한 독서법으로 어려운 구절일수록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문장 이해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올해 들어서는 낭독을 녹음하거나 영상으로 촬영해 기록물로 남기는 방식을 추가했더니, 새로운 도전 욕구가 생겨나며 긍정의 에너지가 순환됨을 몸소 느끼고 있다.

몇 해 전, 한 단체의 수장으로 있는 분이 첫 만남에서 메모지 한 장을 건네주셨다. 펼쳐 보니 명언, 격언 등이 손글씨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본인이 아침마다 책이나 신문 등에서 좋은 글을 발췌해 메모지에 옮겨 적은 후, 그날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해 왔지만, 날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준다며 평생의 할 일이라고 했다. 한 후배는 매일 저녁 20분씩 서랍장, 수납장 등을 정돈하는데, 머릿속이 맑아지고 답답한 마음이 후련해진다며 정리 루틴 예찬을 한다.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노태영 작가·라이프코치

젊은 층에서도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라는 강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와도 상관이 있겠지만, 건강도 챙기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만의 루틴을 개발하고 잘 실천한다면, 인생의 뿌리를 단단하게 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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