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울하신가요? 질문을 받는다면 선뜻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우울하진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무척 행복하거나 신이 나는 상황도 아니니 말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상의 회복이 빨라지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탓도 있다. 우울을 자꾸 언급하면 말하는 대로 정말 우울해지는 듯하여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나 사회의 우울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 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우울 평균 점수는 5.7점으로 2018년 진행된 지역사회 정신건강 조사 결과 2.3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인다. 그 중 20대와 3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30%를 넘어 60대 14.4%보다 2배 이상 높았고,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도 50~60대는 12.5~10.0%인데 반해 20~30대는 22.5~21.9%로 차이가 난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의 위기는 가장 크게 경제분야에서 나타났다. 모두 알다시피 소상공인의 피해가 가장 크겠지만, 청년실업률이 9%를 넘어서는 지금 사회로 진입하려는 청년들의 취업난도 심각한 수준에 있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청년취업은 어려웠지만, 코로나로 인한 청년층의 우울과 무기력감의 증가는 사회진입 순간부터 장벽이 되어 도전도 하기 전에 포기하게 만든다.

이렇게 취업이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은둔형 외톨이 청년, 취업준비생, 백수 등의 용어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일도 안되고(안하고) 취업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이들을 우리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고 부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7)에 따르면 OECD 기준으로 니트 청년을 추정하면 우리나라 전체 청년 인구의 18.9%로 9만9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 안타까움이 더 크다. 도와줄 방법이 신통치 않다. 어려움 속에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 청년들도 있지만, 여러 번의 좌절을 경험하면서 심리정서적 문제를 호소하고 끝내 취업을 포기한 채 고립되어 가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을 현실적으로 느끼면서 어른으로서 미안함도 있다.

사회진입을 포기한 채 집으로 숨어든 니트청년들에게 필요한 진로는 당장의 취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집에서 나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부터 그들의 진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니트청년들에게 집을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사회정책은 청년의 일자리를 주로 다룬다.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참여하라고 독려한다. 그러나 신청 자체가 어려운 청년이 많다. 신청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싶다. 신청 자체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굳이 니트청년으로 구분한 것이다.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니트 청년을 돕는 활동가의 말을 들어보니 어렵게 신청을 하려해도 서류가 너무 복잡해서 서류 준비하다가 다시 좌절을 겪게 된단다. 그런 경험을 기반으로 청년의 진로를 '취업'으로만 연결하려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함께 들려준다.

김현진 교수
김현진 교수

니트 청년의 문제만이 아닌 청년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모두에게 진로가 취업만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이 사회의 행복을 결정한다. 취업 능력으로만 청년의 진로를 이야기하는 동안 활력을 잃은 소수의 청년들은 더 숨어들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당장의 취업이 아니라 사회진입을 도울 수 있도록 밀착지원을 하면서 그들이 집을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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