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사자성어로 전분세락(轉糞世樂)이다. '아무리 천하고 고생스럽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낫다.'라는 속담이다. OECD 국가에서 자살률 1, 2위를 다투는 한국인에게는 속담보다 잠언에 가깝다. 2019년 한국에서 인구 10만 명당 26, 9명이 자살했다.

이 속담은 이승과 저승의 비교다. 어떤 사람이 사전(死前)과 사후(後) 세계를 경험한 뒤 '죽어 천국에 살아도 최악의 이승에서의 삶만 못하다.'라고 내린 결론이다. '전설의 고향' 이란 드라마에서 나올 얘기지만 여하튼 믿어보자. 믿고 행해도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이 속담에서 이해 못 할 것이 있다. 바로 개똥이다. 왜 천하고 고생스러운 삶을 개똥에 구르는 것에 비유했는가? 돼지똥, 쥐똥, 사람 똥 등 수많은 동물 똥이 있는데도 말이다. 가장 더럽고 역한 냄새가 나는 똥은 인분(人糞)일 거다. 이런 인분을 제치고 왜 개똥을 선택했는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듯이 너무 흔해서인가?

사람이 죽으면 육도(六道) 가운데 한 곳으로 간다.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人間), 천상(天上) 등이 육도다. 사후 윤회 전생(輪?轉生)하게 되는 6가지 세계다. 개똥이 나온 근거는 바로 축생이다. 축생은 사람이 죽으면 동물로의 환생을 의미한다. 동물은 포유류, 파충류, 해충 등 다양하지만, 환생의 대표적 동물이 개라고 한다. 불교에서 유독 보신탕을 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특히 축생은 사자(死者)가 가는 곳 가운데 가장 좋지 못한 삼악도(三惡道:악인이 죽어서 가는 세 가지 괴로운 세계)의 한 곳이다.

죗값을 받기 위해 환생한 악인이 배설한 데다 사람의 똥을 먹는 개가 배설한 똥이 오죽하겠는가? 인분보다 더럽고 역겹지 않겠는가? 똥 가운데 가장 더럽고 역겨운 똥이 개똥인 셈이다. 이런 개똥밭에서 구른다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더럽고 역겹겠는가? 하지만 죽음은 이보다 못하니 개똥밭에 구르며 살더라도 함부로 죽지 말라는 명령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서양인은 천하고 고생스러운 삶을 개똥밭에 구르는 것 대신 날품팔이 농사꾼에 비유한다. '모든 죽은 이들 사이에서 왕 노릇을 하는 것보다 날품팔이 농사꾼이 되어 다른 양반 밑에서 종살이하는 게 차라리 낫다.' 지옥의 왕 아킬레우스가 지옥에 온 오디세우스에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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