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4일 괴산군 장연면 사과원에서 과수화상병 의심주가 신고 돼 현장조사와 정밀진단(PCR검사) 결과 6일에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7일 칠성면 사과원에서도 추가 확진이 발생했다.

늦은 장마에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과·배 등 과수가격이 천정부지다.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한데다가 지난해 치솟았던 가격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추석 차례상이 걱정될 정도다. 재배면적 확대, 병해충 감소 등의 소식도 있지만 올해도 과수재배 상황이 시원치 않다. 여기에 더해 최근들어 끊이지 않고 있는 과수화상병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몇해 뒤에는 사과·배를 구경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날씨로 인한 생산저하야 올해만의 특별한 상황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과수화상병은 다른 문제다. 사과 주산지로 자리잡은 충북 등에서 맹위를 떨침에 따라 경북과 경기, 충남 등 인근지역도 초비상이다. 충북의 경우 올해 괴산·단양까지로 그 범위가 넓어졌으며 예전과 달리 소규모 재배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개화이전부터 사전 예찰을 실시하고 사전방제의 효율을 높인 덕분에 발생면적은 줄었지만 기세는 여전하다. 대규모 재배지와 달리 과원관리가 미흡하고 대처도 빠르지 못해 방역에 대한 부담이 적지않다.

국내에 상류한지 6년만에 보상금만 1천500억원에 이르는 등 과수화상병의 피해는 심각하다. 하지만 조류독감, 구제역, 소나무재선충병 등 다른 농축임산 전염병과는 다르게 방역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대처 방법도 주변 과수까지 모두 매몰하는 것 외에는 없다. 그런데도 중앙정부에서 손실보상금의 일부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차원의 문제인데 방역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책임의 일부를 지역에 지우겠다는 것이다. 방제의 근거가 될 법규정조차 허술한 게 과수화상병의 현실이다.

과수화상병이 아니더라도 과수재배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기후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만 봐도 1월 한파가 기승을 부린 뒤 곧바로 때이른 봄날씨가 계속됐고 4월에는 한파주의보속에 저온피해가 발생했다. 매년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되면서 동장군이 실종된지 오래됐고 반복되던 봄 가뭄은 이제 기록으로나 남게됐다. 장마철 강우는 아열대 스콜처럼 짧고 강하게 반복적으로 내린다. 이렇다 보니 충북에서 재배되는 과수작목도 새롭게 바뀔 날이 멀지 않은 듯 싶다.

당장 39년만에 가장 늦은 올 장마만 해도 최장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잦은 비에도 잘 버티는 과수품종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농가로서는 기상이변 등 변화된 재배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품목 선택부터 시설 변경 등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이런 판에 화상병에 대한 고민까지 계속 지고 가게 해서는 안된다. 국가적으로 대응할 일을 지자체에게, 재배농가에게 맡겨서야 되겠는가. 심각한 상황만큼이나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