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출범때부터 국가균형발전을 외쳤던 정부가 최근 잇따라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집권초와는 달리 갈수록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배려를 포기하는 양상이어서 지방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바로 수도권 초과밀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악화시켜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방이 살아남지 못하는 구조라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없다. 말 뿐인 균형발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힘을 키워야 한다. 대선정국에서 그걸 보여줘야 한다.

코로나19로 더욱 주목받는 신약개발 등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허브'가 인천으로 가게됐다. 유력후보였던 충북 오송과 대전이 모두 탈락해 충청권은 분루를 삼키는 입장이 됐다. 하지만 연구개발, 제조시설 등 인프라를 이유로 수도권을 입지로 정하면서 균형발전은 헌신짝이 돼 버렸다. 다소 저울추가 기울어도 국가와 산업의 미래를 보고 선택하지 않으면 균형발전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지방이 고사위기에 처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오송과 대전은 다른 곳보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의 결정은 수도권이었다. 바이오 랩허브만이 아니다. 관점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한 '이건희기증관'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2019년 인천으로 결정된 스타트업파크는 전국공모를 내세워 지역을 밀어낸 사례다. 지역균형발전을 겨냥했다는 강소형연구개발특구에 수도권이 2곳이나 포함된 것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이미 인프라가 형성된 수도권과 이를 뛰어넘어보려는 지방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 이참에 지자체간 갈등을 유발하고 수도권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공모방식을 바꿔야 한다.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을 경험한 지방들은 다른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약속한 충북 오송이 'K뷰티 클러스터' 유치로 전환한 것은 그나마 특성을 살린 경우다. 랩허브를 처음 제안했지만 퇴짜를 맞은 대전은 자체적 추진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충격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거액의 국비 지원을 내세워 지자체들을 경쟁으로 내몰면 행정낭비는 불가피하다. 이대로라면 힘 없는 지방은 생존의 기회마저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도움이 아니라 부담만 안게 되는 셈이다.

수도권으로 모든 부와 힘이 집중되면서 지방의 위상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쟁에서 공교롭게도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2명만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현역 광역단체 수장이라는 신분이 걸림돌이 됐겠지만 이를 통과한 수도권 단체장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1천만명을 등에 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힘 없는 지방의 내일은 더 암담할 뿐이다. 찬밥이라고 외면한다면 계속 늘어나는 찬밥들은 어찌할 것인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