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단양역 앞 5번 국도와 시루섬을 연결하는 현수교 및 탐방로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득 이 시루섬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른다.

1972년 8월 역대급 홍수로 단양지역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당시 단양지역에서 성한 가옥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곡식 등이 한창 자라던 논과 밭은 흙으로 가득했다. 가축들은 떠내려갔고 도로는 물에 잠겼다. 인명피해도 커 95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현재 시루섬이 위치한 마을도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남한강이 범람하면서 이 마을 44가구 250여명의 주민이 고립돼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마을 전체가 침수하면서 피할 곳이라곤 높이 7m, 지름 4m의 물탱크뿐이었다. 주민 모두 이 물탱크에 올라가 14시간을 버텨야만 했다. 한 살 배기 아기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밀착 압박에 숨졌지만 어머니는 주민의 동요를 우려해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연은 단양군이 2017년 세운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에 '14시간의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로 새겨 전국에 알려졌다. 이렇듯 단양의 군민들에겐 삶의 터전을 잃은 실향의 아픈 추억이 있다.

그렇게 슬프고도 아픈 추억이 담긴 시루섬에 2.5㎞의 탐방로를 조성해 보행 전용 생태 관광지로 재탄생 시킨다는 계획을 접했다. 그리고 단양역 앞 보행 데크로드(느림보 강물길)에서 시루섬을 거쳐 남한강 건너 수변 생태탐방로를 연결하는 680m 현수교를 건설한다는 계획까지 말이다. 물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의 많은 협의와 절차, 예산확보 등 수많은 숙제가 남겨져 있다.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작은 도시 고고노에에 지상 최대 높이의 꿈의 현수교라 불리는 유메쯔리바시가 있다. 이곳은 특별할 게 없는 침체된 소도시였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관계 기관을 설득하고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계곡을 잇는 이 다리를 만들어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관광지로 거듭났다고 한다.

단양군민들의 모든 희망이 뺏겨버린 후에야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됐다. 당시 단성지역에 있던 주민들이 지금의 단양으로 이주했다. 시루섬은 대홍수 이후 지난 50년 동안 유유히 흐르는 단양강 위에 섬처럼 외로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루섬 주변을 흐르고 있는 남한강과 함께 이 지역은 예로부터 소금 뱃길로 상인들의 뱃노래가 끊이지 않을 만큼 굉장히 부흥했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충주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고 주민들이 이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단양은 시 승격까지 고려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주 후 침체를 거듭하다 최근 몇 년에 와서야 모든 군민의 합심 된 각고의 노력으로 중부내륙 최고의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3만 군민의 꿈과 희망을 담은 시루섬 현수교와 탐방로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탄생해 단양 발전의 촉매제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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