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의 시간이 더해지면서 진전을 보이는 자치수준에 비해 지방정치 모습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지역사회를 이끄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권력을 좇는 정치판에서 권력이 집중된 중앙무대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지역의 사정과는 동떨어진다. 지역이 자립(自立)하려면 지방정치가 살아나야 한다. 중앙의 시각에서 이뤄지는 정치가 계속 지역을 좌지우지 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지방정치가 살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에서 정치인들이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지방정치의 최일선이자 그 기반이다. 이같은 선거를 진두지휘할 충북도당 책임자 선출을 놓고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제1야당 국민의힘 도당(道黨)위원장을 경선으로 뽑게 된 것이다. 여야를 떠나 도당위원장 경선 자체가 생경할 정도로 그동안의 선출과정은 요식행위였다. 주로 원내에 있는 당협위원장들의 사전 협의로 결정되는 게 상례(常例)였다. 중앙당 당직을 감안하고 선수(選數)와 당내 영향력 등에 따라 정해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 자리를 놓고 내부 겨루기가 벌어진 것이다.

우선 출마자들의 면면이 관심거리다. 충북도지사를 역임한 4선의원 출신과 현역 3선 의원 그리고 현 수석대변인 등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의 두사람은 정치적 경력만해도 상당한 중진들이다. 반면 아직 40대인 세번째 주자는 이렇다할 정치이력이 없다. 신인은 아니지만 기득권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 세대교체를 거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5년만에 벌어지는 경선도 흥미롭지만 내년 지사선거를 염두에 둔 거대 후보들의 틈새에서 신구대결을 내세운 도전의 결말에 눈길이 쏠린다.

이런 까닭에 이번 경선은 지역 정치판에서는 흔치않은 재미를 주고 있다. 후보는 물론 지역대결 양상까지 더해져 대의원 투표 결과가 벌써 입방아에 오를 정도다. 그러나 결과 못지않게 경선 그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충북 지방정치의 앞날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경선결과를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지방정치가 살아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승부수를 찾는 변화의 도전이 그것이다. 중앙무대와의 정치적 끈에 기대고, 주요 인사와의 관계에 의존하는 방식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의 무대인 셈이다.

40대의 도당위원장 도전에는 30대 당대표 선출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사후보를 겨냥한 중진들의 진검승부도 달라진 정치기류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중앙당 지도부의 하향식 공천이 점차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변곡의 표출이 비록 단발에 그쳐도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이는 지방정치가 살아날 길이기도 하다. 중앙만 바라보고, 좌우되던 지방정치가 달라진 것이다. 민심과 당의 바닥 조직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우리가 달라져야 우리를 둘러싼 정치지형도 달라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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