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1948년 7월 17일, 자유 대한민국의 헌법이 제정, 공표하니 정부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국경일로 지정한다. 도쿄 올림픽이 곧 시작 될 것이고 입상한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하늘 높이 올라가는 자국의 국기를 바라보며 감동을 맛볼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상선수들도 당연히 '태극기(太極旗)'를 보며 심장위에 손을 얹고 뜨거운 마음으로 예를 표할 것이다.

몇 년 전 모 유력 국회의원이 태극기를 태국기라고 불러 빈축을 산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는 태국(Thailand)의 국기가 아닌 것이다. 모 지자체와 해당 교육청은 2019년부터 '친일 잔재 청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들은 역내 초등학교 학부모 등에게 교실 정면에 걸린 태극기 액자를 '일제에 충성심을 강요했던 것에서 유래했다'며 철거 대상으로 지목하였음을 통보했다. 헛웃음이 나오는 이념교육이다. 진보진영 의하면 태극기부대라는 말은 어느새 기피와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는 어느 때 어느 무리에 의하여 폄하되는 존재가 아니다. 변하되 변하지 않는 영원한 우주의 섭리와 생명의 실체적인 진리의 도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주 도형에 깃든 무한 에너지의 살아 펄럭이는 보고이기도 하다. 한민족은 하늘을 인격화 하여 부르는 철학과 문화를 오래전부터 정립했다. '하늘이 굽어보고 계시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라.' '하늘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라는 말들은 우리의 일상어이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거룩한 선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순수한 진리체계인 천부경의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은 아예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다'라고 가르친다. 당연히 애국가에도 하늘의 인칭대명사인 '하느님'이 등장한다.

금세기 최고의 우주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양자역학이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은 동양철학의 기본 개념인 음양, 태극, 색즉시공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에 더하여 우리의 태극기는 세계의 모든 나라의 국기 중에서도 유일하게 우주의 섭리가 입력되어 있다. 태극기의 가운데의 빨갛고 파란 둥그런 원을 '양의(兩儀)'라고 하며 음과 양을 상징한다. 위의 붉은 색은 하늘의 태양과 같은 불의 양기를, 푸른색은 땅의 물과 같은 음기를 뜻한다.

태극 도형을 좀 더 깊이 읽어 보자. 붉은 하늘의 양기는 땅으로 내려와 수기를 덥혀 푸른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 구름이 되고 비를 뿌려 모든 생명을 살린다. 이 우주적인 현상을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고 하며 바로 생명 순환의 모습이다. 양의를 순수한 우리말로는 '엇'이라고 한다. '엇비슷하다'는 태극처럼 조화롭다는 뜻이고, '엇나갔다'는 비슷하지만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귀퉁이의 건곤감리 4괘는 양기, 음기, 수기, 화기를 뜻하며 '태호 복희'씨가 처음 만든 팔괘에서 유래한다. 태호 복희씨는 5500여 년 전 동방 한민족의 고대 국가인 배달국의 5대 '태우의' 환웅의 12번째 막내아들이다. 지금의 태극기는 고종의 명에 의하여 나라의 국기로 확립됐으나 그 원형은 이미 5천년 훨씬 전부터 이어온 한민족의 우주관이며 사유체계인 것이다.

내 몸에도 우주의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신장은 수기를, 심장은 화기를 관장하며 쉼 없이 순환하니 몸은 곧 우아일체(宇我一體)의 진리체이다. 이렇게 몸으로 체득된 진리가 생명과 우주가 입력 된 태극기라는 도형 안에 축약되어 펄펄 나 붓기고 있다. 그러므로 태극기는 천부경의 영원한 진리와 우주의 기운이 가득한 '하나님(一)의 큰 사랑과 큰 지혜와 큰 힘'으로 돌아가는 세상임을 알려주는 지고지순한 표상이다.

역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선열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오직 단 한번만이라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목청껏 애국가를 부르고 싶어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는지 모른다. 이 나라는 그런 분들의 땀과 눈물과 피로써 탑을 켜켜히 쌓아 올렸고 2021년 올해는 드디어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원암 장영주<br>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떤 이념을 선택하든지 간에 태극기와 애국가의 의미를 잘 알고 걸맞게 예우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선대로부터 죽음을 불사하고 민족혼을 전해 왔고 지금의 세대가 흘러가도 영원하기를 많은 국민이 소망하기 때문이다.

제헌절에 이어 이제 곧 광복절이 다가 온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거룩하고 고귀한 태극기가 하늘 가득이 휘날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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