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만 1억7천만원, 주변 온정으로 건강하게 퇴원

단국대병원 단우후원회 관계자와 레씨 가족
단국대병원 단우후원회 관계자와 레씨 가족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코로나19로 귀국을 하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베트남 산모가 단국대병원에서 임신 26주 조기 출산을 했다. 6개월의 치료기간 발생한 치료비는 1억7천여만원이라는 버거운 규모였지만 주변의 온정이 이들 가족을 도왔다.

20일 단국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레(35)씨는 남편 토안씨와 함께 2013년 비전문취업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레씨 부부는 자동차부품회사에 다니던 중 지난해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출산을 앞두고 베트남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들의 귀국길이 막았다. 더욱이 레씨는 임신 25주가 됐을 때부터 심한 임신중독증을 앓게 됐다.

다니던 평택의 산부인과에서 출산이 어렵게 되자 레씨는 지난 1월 5일 긴급히 단국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높은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서 아이의 심장박동도 약해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레씨는 이틀 뒤, 임신 26주 3일 만에 키 23cm, 체중 540g의 미숙아를 출산했다.

레씨의 아이는 태어난 이후 지난 6개월을 신생아중환자실과 인큐베이터 속에서 인공호흡기의 보조를 받으며 생명을 이어왔다. 체온조절능력과 영양상태도 안정적이지 못하고 장기간 입원치료로 인한 신생아 패혈증 등 수차례 합병증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힘든 상황을 잘 이겨냈다.

지금은 체중이 출산 당시보다 8배가량 늘어난 4㎏. 그사이 민랑이라는 예쁜 이름도 생겼다.

문제는 치료비용이었다. 이들은 불법체류 중으로 건강보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1억7천여만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진료비용을 부담해야할 처지였다.

이 같은 사연은 병원에 순식간에 퍼졌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과 사회사업팀이 먼저 나섰다. 여기에 단국대병원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후원모임인 단우후원회를 비롯해 기독교원목실, 희망의 친구들, 라파엘클리닉 등도 동참했다.

단국대병원 이미정 단우후원회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응급진료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함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교직원들이 힘을 모아 후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작은 정성이지만 타국에서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겨야 했던 아기와 이 부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레씨 부부는 2천여만원을 납부하고 지난 15일 퇴원했다.

레씨 부부는 "외국인이고 보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원측은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어떠한 차별 없이 우리 가족과 아이를 극진히 돌봐주셨다"며, "사람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밤낮으로 아이를 치료해주신 소아청소년과 교수님과 지치고 힘들 때마다 우리를 격려해 주신 병원 관계자에게 평생 고마움을 간직하며 살겠다"고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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