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A씨 건강권 내세워 맹비난 기자회견 후 '방관'
자진출국 막막 A씨 지원 방안 '뒷전'… 보여주기식 행동만

지난 7월 1일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는 충북대학교병원 앞에서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에 관심 없는 충북대병원과 충북도는 각성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독자제공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시민사회단체는 '불법체류자 A씨의 병원 퇴원 문제'를 이슈화 하며 충북도와 충북대학교병원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20여일이 지난 현재 갈등에 이용된 A씨는 이들로부터 잊히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자신의 자택 옥상에서 추락한 A씨는 충북대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후 집중치료를 받은 그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이에 충북대병원은 6월 29일 A씨를 퇴원시켰다. 의료진 판단과 더불어 A씨의 퇴원의지가 강했던 만큼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병원 측은 오랜 병원생활로 근력이 약화된 점을 고려, 주거지까지 병원직원들이 동행했다.

동행 직원들은 집주인에게 A씨가 불법체류자임을 알리고 사회복지사 등에 지원받을 것을 권고했다. 이에 집주인은 난색을 표했고 오랜 상의 끝에 A씨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생활하게 됐다.

문제는 그로부터 이틀 뒤에 벌어졌다.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는 지난 7월 1일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에 관심 없는 충북대병원과 충북도는 각성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환자를 살리고, 치료한 병원의 노력은 환자를 버리는 파렴치한 행위로 둔갑했다. 결국 병원은 의학적 퇴원 기준을 충족한 A씨를 20여일 더 입원시키고 있다.

A씨의 누적 병원비는 20일 기준 9천100만원을 넘었다. 병원 측은 이 금액을 전손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급능력이 되지 않기에 병원 측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제적 손실이 병원 측의 본질적 고민은 아니다.

병원관계자는 "건강을 회복한 환자의 퇴원의지가 강한데 퇴원을 시키면 또 문제가 될까봐 향후 절차를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A씨의 인권과 건강권을 문제 삼은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는 "충북대병원이 딱히 잘못했다 말은 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한 후 "(A씨 기자회견) 이후 (지원에 대해) 따로 논의를 해보지는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주민노동인권센터에서 이 문제를 잘 안다"며 연락을 권유했다.

안건수 이주민노동인권센터장은 "(A씨를 위해) 추진 중인 내용은 없다"며 "국가에서 돈을 내서 하는 강제출국 절차를 해야 되지 않을까, 지원에 대한 논의는 못해봤다"는 모호한 입장을 냈다.

A씨는 불법체류자다.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자진출국 의사를 밝힌 그는 절차 상 퇴원 후 보름 내에 출국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내 출국하지 못하면 구금 후 강제퇴거에 들어간다. 강제퇴거 시 비용부담은 개인에게 있다. 세금으로 이를 부담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불법체류자나 외국인을 보호하는 시설이 아닌 만큼, A씨가 퇴원하더라도 지원을 하거나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단체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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