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올리지 말고, 꼬옥 안아주세요"

부부상담가 2급 과정을 수료한 활동가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예산가정상담소 제공
부부상담가 2급 과정을 수료한 활동가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예산가정상담소 제공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정당화할 수 있는 폭력은 없다. 그런데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서야 폭력임을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가정폭력이다. 부부에 의한, 부모에 의한 위계질서 속에 자행되는 폭력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외부로 잘 노출되지 않는다.

은밀하고 회복 불가능하다는 특성상 예방과 사후관리가 중요한 가정폭력을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예산가정상담소를 소개한다. /편집자 


 

가정폭력, 사건 해결의 핵심은 건강한 가정의 일상성 회복

예산경찰서 이미경 서장이 지난 15일 예산가정상담소 김미경 소장을 찾았다. 날로 증가하는 가정 내 폭력사건에 대해 경찰과 상담소의 유기적인 연계활동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이날 이 서장과 김 소장은 가정 내 폭력사건이 다양한 양상 배경을 띄고 있음을 공유하고 사건처리에 있어 피해자의 심리적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예산가정상담소의 성폭력 예방 교육이 진행 중이다./예산가정상담소 제공
예산가정상담소의 성폭력 예방 교육이 진행 중이다./예산가정상담소 제공

이미경 서장은 "다양한 가정 내 사건과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피해에 대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가정상담소에서 피해자들의 건강성과 일상성회복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미경 소장은 "가정 내 발생하는 폭력은 양성평등인식의 부족에 의한 폭력이 다수 발생하고 폭력발생에는 미묘한 위계질서에 따른 정서적충돌이 존재한다"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고 피해자와 가정의 긍정적 변화를 지켜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예산가정상담소의 올 상반기까지 상담실적은 총 919건이다. 이중 가정폭력이 318건, 가정폭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가족문제가 325건으로 포괄적 가정문제가 70.0%에 달한다. 가정 문제의 증가는 장기화된 코로나19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중 사건화가 돼 경찰이 개입돼 상담소에 연계된 것이 89건(2021년 상반기)이다. 2020년 전체 122건 대비 73.0%에 달하는 것으로 사건의 증가와 상담소의 사건개입이 보편화됐음을 엿볼 수 있다.


 

상담의 근본은 동행, 동행에 필요한 건 시간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예산가정상담소는 피해자에게 의료비, 심리상담, 긴급피난처, 법률, 동행 등의 지원을 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함이다. 특히 심리상담은 개인 성향에 따라 미술치료, 모래놀이, 심리검사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피해자들과 상담사들은 심리상담 과정에서 피해환경과 원인을 파악하고 가장 접근 가능한 해결방법을 찾게 된다.

심리상담의 결과는 놀랍다. 간혹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 구성원이 사법적 판단 이전에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 경우 사법처리가 이뤄지더라도 가정의 일상성 회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차선책으로 원만하게 협의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소송으로 인한 극단적 관계 절단까지는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 모든 지원의 근본은 시간이다. 끊임없이 피해자와 동행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조력함에 있어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다.

상담소는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상담 기능도 하고 있다.

가해자에게 자신에 대한 이해와 분노조절 방법을 익히게 해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부부의사소통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가정의 긍정적 변화를 꾀한다.

올해 가해자에 대한 상담은 총 11명에게 이뤄졌으며 6명은 현재도 상담이 진행 중이다.


 

예산가정상담소 인력난, 가정폭력피해가정 활동가로는 한계

예산가정삼담소는 여성의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고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지원한다. 또 건전한 가정을 육성하고, 성평등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가정폭력이 증가한 만큼 예산가정상담소의 업무도 늘었다. 현재 4명으로 구성된 예산가정상담소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태다. 시간이 상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유일한 돌파구는 가정폭력피해가정 활동가 양성이다. 심리상담사, 부부상담사, 부모상담사, 사회복지사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활동가로 투입된다.

예산가정상담소는 40여명의 활동가를 배출했고 이중 실제 상담에 투입되는 인원은 20여명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가정폭력 사건 대비 활동가 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예산경찰서 이미경 서장의 상담소 방문을 기념해 김미경 소장을 비롯한 상담소 직원 모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예산가정상담소 제공
예산경찰서 이미경 서장의 상담소 방문을 기념해 김미경 소장을 비롯한 상담소 직원 모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예산가정상담소 제공

김미경 소장은 "가정폭력의 증가는 코로나 영향도 크다"면서 "가정에 있는 시간은 증가하고 경제적 여건이 안 좋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화상수업에 경험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고 이 것이 원인이 돼 부부갈등,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가정에 상담소가 조기에 개입한다면 건강한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가정을 지킴에 있어 인력난이 장애물이 돼서는 안된다"며 "관계기관들이 인력난 해소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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