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포츠종목과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종합스포츠이벤트다. 규모가 큰 만큼 올림픽을 관장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헌장'을 통해 모든 경기와 행사를 치른다. 특히 국가대항전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세리머니를 금지한다는 올림픽헌장 제50조를 두어 매 올림픽마다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왔다.

도쿄올림픽 역시 지난해 1월 제50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행위는 경기장을 비롯 시설과 기타 지역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고, 세부적으로 무릎을 꿇는 행위, 정치적 의도를 보이는 손짓, 사인이나 암밴드 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이는 행위, 시상식 의전을 거부하는 행위 등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항상 정치적 표현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명시해 인터뷰나 기자회견장과 SNS 등은 제한없이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도쿄올림픽에 욱일기(旭日旗)가 등장하고 있다. 욱일기는 일본의 자위대가 사용하는 공식 군기(軍旗)다. 원래 일본 제국의 군기로 일제강점기 군사침략을 당한 한국과 중국 등은 아시아 침략 등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본군에 의한 약탈과 학살, 그리고 참략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는 전쟁 범죄의 깃발이라는 의미로 '전범기'라 부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거 아시안게임 등에서 논쟁이 있었고, 자제하던 일본이 최근에 유독 욱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암묵적으로는 욱일기 사용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욱일기 논쟁이 한창일 때 도쿄올림픽 한국선수촌이 문을 열었다. 대한체육회는 이순신 장군의 어록에 바탕을 둔 응원 문구를 선수촌 외벽에 게시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본정부는 정치적 의미를 담은 메시지라며 IOC에 문제를 제기했고, 일본언론은 반일메시지라고 문제를 삼았다. 또 일본 극우단체들은 욱일기를 들고 나와 한국선수촌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IOC에 욱일기 사용금지를 건의했다. 일본이 문제제기한 한국의 응원메시지와 일본의 욱일기 사용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IOC의 약속을 받고 현수막을 내렸다.

그러나 욱일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두 번째 현수막을 내걸었다. '범 내려 온다'라는 대한민국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곡이다. 지난해 5월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편곡해 발표한 후 국내외 팬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은 노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언론과 국내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반일감정이 우선시 되는 나라'. '변하지 않는 나라'라는 식의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대한체육회가 IOC로부터 제대로 답변을 받은 것이냐며 부정적 여론을 유도하는 국내 언론들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대한체육회의 재치있는 아이디어는 일본의 극단적인 행위보다는 높은 수준임을 말해 준다. 어쩌면 '주홍 입 쩍 벌리고 자라 앞에 가 우뚝 서 홍앵앵앵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꺼지난 듯'과 같은 가사의 내용처럼 일본 스스로 자라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일부 언론들의 친일성격의 보도 역시 일본의 반응처럼 보여진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한·일 갈등을 떠나 이순신의 어록을 응용한 응원메세지는 오천만 국민의 응원으로 힘을 내라는 것이고, '범 내려온다'의 가사처럼 도쿄올림픽에서 우리 팀코리아가 웅장하고 힘 있는 모습으로 좋은 경기를 펼쳐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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