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플랫폼 시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손안의 플랫폼 경제' 세상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요지부동(搖之不動)할 것 같던 기업들도 10여 년 사이에 큰 변화를 겪었다. 2007년 1월 9일.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 세상은 플랫폼 기업과 그 밖의 기업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2011년 세계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를 살펴보면, 세계 1위 기업은 시총 약 460조원의 엑손모빌이다. 석유중심의 에너지 기업이다. 뒤를 이어 2위 애플(미국, 370조, IT), 3위 페트로차이나(중국, 360조, 석유), 4위 중국공상은행(중국, 270조, 금융), 5위 페트로브라스(브라스, 270조, 석유가스)의 순이었다.

이외에도 BHP빌리턴(호주, 260조, 광산), 로열더치쉘(네덜란드, 240조, 석유) 등으로 2010년대는 에너지 기업이 세상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계 10대 기업 중 절반이 석유, 광산 관련 기업이었으니 말이다. 필자는 이시대를 '한정된 지구 자원을 통해 무한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켰던 절정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2021년. 세상은 여전히 석유를 벗어나 살 수는 없는 시대다. 하지만 시쳇말로 '잘나가는 기업'은 석유, 가스 중심의 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이 됐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큰 기업은 애플이다. 지난 10년 동안 애플은 8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오늘날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2천400조 원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로 2천190조 원, 3위는 사우디아람코 2천100조 원, 4위 아마존 1천900조 원, 5위 알파벳(구글) 1천880조 원, 6위 페이스북 1천조 원의 순이다. 이외에도 텐센트(위쳇, 850조 원), 알리바바(660조 원) 등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초연결 시대를 만들어낸 기업들이 즐비하다. 세계 10대 기업 중 8개 기업이 플랫폼 기업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플랫폼을 통해 개인 물론 기업들의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저장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친절하게 제안한다. "고객님이 그렇게 찾던 서비스를 제가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이다. 플랫폼 기업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건 어쩌면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플랫폼 기업은 세상의 주인이 됐을까?

기원전 3000년경, 인류 최초의 정보혁명인 '문자'가 발명되면서 사람들 간의 소통 방식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글자 덕분에 가벼운 '약속'은 복잡한 '계약'으로 진화할 수 있었고, 인쇄술의 발전으로 소수에게만 독점되던 정보가 다수로 퍼져 나갔다. 과거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는 곧 종교뿐 아니라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인류는 또 한 번의 큰 파도인 '초연결 시대'를 맞이했다.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 사회는 앞으로 상당 기간동안 세상을 쥐락펴락할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놓은 인터넷은 과거 PC를 통해 제한된 장소를 통해 접속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손안으로 들어왔다. 언제든 온라인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의 일상은 물론, 일하는 방식 심지어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하는 방법까지도 변화시켰다. 이 모든 것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주로 기차나 버스 승강장 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던 플랫폼이, 다양한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플랫폼의 진화는 플랫폼 기업간의 운명을 바꿔놓기도한다.

길거리에 수 천 개가 넘는 은행들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더 커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개된 유튜브는 1년 광고 매출만 18조 원으로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3배에 이른다.

'임직원 1천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경영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라는 지난 2019년도 국내 한 방송국 노동조합의 성명서처럼 이같은 우려가 방송국을 뛰어넘어 대형 포털기업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세상은 '독재사회'에서 '민주사회'로, 지금은 '기업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등에 엎고 승승장구(乘勝長驅)중이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플랫폼을 만든 극소수의 사람은 거부가 됐고, 플랫폼을 활용한 사람들 중에 소수는 부자가 됐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열악한 수준의 근로환경과 노동법의 보호가 힘든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랫폼이 대세가 된 세상에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당신은 당신만의 플랫폼을 만들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지겨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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