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국원고등학교 수석교사 성연동

들깨가 참살이 식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예년보다 많이들 심는 것 같다. 더구나 들깨는 다른 작물에 비해 병충해가 덜하고 멧돼지나 고라니와 같은 야생 동물의 피해가 적어 농사짓기에 괜찮은 작물이다.

보통 6월 중순 이후가 되면 들깨 모종을 심는데, 미리 파종해 비닐하우스에서 기른다. 어머니 댁에는 비닐하우스가 없어 30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모종을 가져와야 했다. 내 차는 트럭보다 짐칸이 작아 두 번 왕복해 운반했다. 모종을 내고 어머니와 손을 맞춰 두 판가량 심고 있는데 낯선 아주머니 한 분이 소리를 치며 다가왔다.

심고 있는 모종이 자신의 것이라며 원래 있던 자리로 원상복구 하란다. 되짚어 생각해보니 비닐하우스 안쪽에 있는 것이 우리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어머니께서는 오늘 당장 심지 않을 거면 며칠 후에는 심기 괜찮을 정도로 자랄 것이라고 아주머니를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같은 씨앗으로 파종했는데, 무슨 이유로 다르게 자랐을까? 채광, 바람, 온도, 수분 등이 달라서였나? 어찌됐든 심는 시기와는 상관없이 두 분 모두 실한 모종에 탐이 났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다음날 모종을 심으면서 어머니께서는 "모종은 이래도 잘 키우면 우리 것이 훨씬 더 잘 자랄껴"라고 말씀하셨다.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말씀인지라 웃음이 절로 나왔다.

국원고등학교 수석교사 성연동
국원고등학교 수석교사 성연동

두서너 시간 동안 두 동네를 왕복하며 들깨 모종을 운반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났다. 들깨를 심는 시기에 학교에서도 한 학기 마무리로 일제히 시험을 치른다. 두 분이 실한 모종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들깨 모종 소동이나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일제 시험에서 모종 고르기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깨 모종은 선택되지 않은 것은 버려지기도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한 모종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시원찮은 모종을 심으면서 앞으로 잘 자랄 것이라고 자부하는 60년 농사 전문가의 모습에서 다른 직종의 전문가로 살짝 기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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