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순우 청주시 복대1동 행정복지센터

공자, 맹자, 노자 등 동양의 옛 대사상가의 가르침을 담은 책은 참 어렵다. 대학 시절에 동양 철학에 대한 교양 과목을 들으며 얕게나마 파본 적이 있으나, 답은 이것이라고 알려주는 직관적인 방식이 아니라 마치 선문답을 하는듯한 은유적인 가르침에 질려 금방 포기해버리곤 했다. 그럼에도 우연히 접하는 짧은 구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깊은 지혜를 음미하며 삶이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를 아주 가볍게 반추해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감명 깊게 읽은 글귀를 공유하고자 한다.

논어 이인편에서 공자가 이르기를, 군자유어의(君子唯於義) 소인유어리(小人唯於利)라 하였다. 이를 풀이하면 군자는 의로움에 밝지만 소인배는 이익에 밝다는 말이다. 군자는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써 유교 사회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꼽는다. 덕(德)과 의(義), 인(仁)을 갖추고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용을 지키는, 이른바 완전무결한 사람이다. 공자는 흔히 군자와 그에 대비되는 개념인 소인의 대비를 통해 인간이 지녀야 할 유교적 가치와 덕성에 대해 설명하곤 하는데, 군자가 추구하는 의와 소인이 추구하는 이익의 대비를 통해 사람이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뻗어나가는 방향이 미세하게 다른 두 직선이 있다고 가정하자. 선의 길이가 짧을 때는 육안으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선의 길이가 계속 길어진다면 미세한 각도의 차이가 점차 매우 크게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삶의 중심을 무엇에,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이 미세하게 혹은 크게 달라지고 그 변화도에 비례하여 삶의 모습도 달라지곤 한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다는 말이 있다. 선행이든 악행이든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어려울 뿐 반복하며 체화하기 시작하면 점점 거부감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작은 차이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종국에 가서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전순우
전순우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지켜야 할 법도(法道)가 있고 공유하는 상도(常道)가 있다. 세상에는 여러 길이 있지만 우리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이 있는가 하면 절대로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할 길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의로운 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의외로 간단히 찾을 수 있다. 의로움은 바로 우리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유교에서 인과 의는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기본적인 품성과 같은 것이어서 누구든 실천 가능한 내면적 도덕성이라고 말한다. 다만 실천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들도 내면의 의로움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보자. 유어의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유어리의 삶을 체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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