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바야흐로 온 나라가 허물 들추기 대회로 요란하다. 선거 때 항상 열린다. 선수는 후보자고 심판은 시민이다. 경기 방식은 구석구석 허물을 이 잡듯 들추기, 진흙탕 싸움이다. 허물 들추기에는 규칙도, 예의도 없다. 한마디로 안하무인 격이다. 조선 후기 과거시험 때 선비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어지럽게 뒤엉켜 다투는 일에서 유래된 '난장판' 못지않다.

허물 들추기 전략은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를 중상모략하면서 상대 후보의 기세를 꺾고 심판의 판단력을 교란하는 흑색선전(matador)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보고 짓는 식이다. 어제까지 내 편이 오늘부터 적이다. 허위 폭로가 예사인데 침소봉대는 이여반장이다. 곳곳에 그물망을 쳐놓고(졸개들을 배치하고) 얻어걸릴 때만 기다리다 걸리면 탈탈탈 털어 낸다.

부끄럽지만 이게 우리 정치의 민낯이다. 먼 옛날 중국 전국시대 한(漢)나라 한비(韓非)는 이미 이런 병폐를 경고했다. "털을 불면서까지 작은 흠집을 찾아내는 짓은 하지 않았고 때를 닦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살펴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不吹毛而求小疵 不洗垢而察難知-한비자 대체편). 군주는 신하와 백성의 사소한 결점을 억지로 찾아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취모구자(吹毛求疵)/취모멱(覓)자'란 고사성어가 탄생했다. '털을 불어가며 작은 흉터를 찾는다' 어찌 보면 참 좋은 말이다. 세밀하게 흉터를 확인해 화근을 미리 없앨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작은 흉터는 자체 면역으로 치료될 수 있다. 약만 바르다 면역력 약화로 더 큰 병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찾는 것이 내 흉터가 아닌 남의 흉터라는 점이 문제다. 적당히 모른 채 넘어가는 것이 약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란 속담이 있다. '먼지, 허물없는 사람이 없다'라는 뜻이다. 절대 내 주머니에 먼지가 없다고 보장할 수 없다. 허물 들추기는 부메랑이다. 함부로, 억지로 남의 허물을 들추지 말 일이다. 잠재력과 장점 자랑에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허물 들추기라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허물 들추기 대회에 나선 정치인들. 한비는 그렇다 치고 우리 선조의 이야기는 귀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터럭 불어 흠을 찾아 서로 헐뜯기도 하는데. 몸을 숨겨 남 모략하니 더욱 가소로워라"(목은시고-고려 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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