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영식 독자권익위원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자들의 '경선 버스' 탑승이 본격화 되고 있다. 여당 경선 버스는 이미 출발하여 첫 번째 정거장을 지났지만 예기치 않은 코로나 상황으로 잠시 버스를 정차하고 있다. 야당은 새로 뽑힌 30대 운전기사가 버스는 정시에 출발한다며 승객들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흔히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큰 포부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람이 바뀐다고, 집권당이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대선 후보들은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며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외치거나 정치의 세대교체로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한다. 정작 사회를 무엇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권을 바꾸려는 사람들과 정권을 잡으려는 사람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 사회는 모든 면에서 빠르게 변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로 인해 사회의 진보가 더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재의 틀이 변화된 사회에 맞게 끔은 해야 하는데 정치는 늘 뒷북만 치고 있다. 혹시 지금의 정치 구조가 바뀌었고 바뀌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 구조의 변화, 즉 개헌(改憲)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얼마 전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명이 저서를 통해 개헌(改憲)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우리나라 정치의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를 깨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어 4년 중임제로 하고,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도록 선거 사이클을 바꾸자는 구상도 제시했다. 그의 구상대로 라면 2024년 4월로 예정된 22대 총선을 21대 대선과 동시에 치러야 하고,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은 임기의 절반을 줄여야 한다.

아직은 인지도나 지지율이 미미하지만 그가 바꾸고자 하는 세상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모습을 제시하는 방식이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보여서 더 호감이 간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어느 정당이 집권을 하든지 이제는 낡은 정치 구조를 바꾸어 정치가 그 어느 분야보다 앞서 나가길 희망한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은 개헌(改憲)이고, 지금이 바로 개헌(改憲)의 시간이다.

제73주년 제헌절을 맞아 국회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회(위원장 유인태)가 SBS와 공동으로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대상으로 개헌 필요성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회의원 178명이 참여(응답률 59.3%)했고, 설문 응답 의원 93.3%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행 권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및 청와대의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한나라 유학자 동중서가 무제에게 나라 기틀을 다시 세울 사회·정치 개혁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서 대개혁을 뜻하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 유래했다. 본래의 뜻은 거문고 소리가 조화롭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필히 느슨해진 줄을 풀어 고쳐 매 주어야만 연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당면한 사회 문제들은 거문고의 느슨해진 줄이다. 이젠 줄을 풀어 고쳐 매 주어야 한다. 개헌을 통한 대한민국의 대개혁, 사회 경장(更張)의 시대가 도래했다.

김영식 독자권익위원
김영식 독자권익위원

이젠 정치가 앞장서서 미래를 이야기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대교체나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대한민국의 골격과 틀을 고민하고 헌옷을 과감히 벗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그런 용기 있는 지도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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