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상화 이끌어 낸 '경청의 힘'… 30주년 청사진 제시

최영석 병원장이 취임 3년간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최영석 병원장이 취임 3년간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대학교병원 최영석 병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병원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병원임기를 시작한 최 병원장은 취임 직후 병원 정상화와 미래비전 실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그로부터 임기 3년간의 구체적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취임 100일 동안 최영석 병원장은 병원 최고책임자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며 24시간도 부족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지난 3년간 쌓여온 구성원들 간 갈등도 조기에 해소하며 병원정상화를 이끌었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최종 결재권자로서 각 사안을 담당하는 담당자, 부서장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병원살림살이를 챙기고, 옳은 방향으로 병원으로 이끌고자 합니다. 또 의사로서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지원이나 외래진료도 빠짐없이 진행하며 충북대병원 의사로서의 역할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병원내부에 남아있던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놓았다.

"병원구성원들에게 앞선 문제는 잊고 다시 한 번 도약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끊임없이 직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노력이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 병원장의 노력과 믿음은 취임 세 달여가 지나면서, 현실화 되고 있다. 병원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긍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 병원장은 긍정의 시그널에 안주하지 않는다.

"우리 병원에는 2천300여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하는 일도 각자 다릅니다. 아주 크고 복잡합니다. 갈등이 없으면 조직이 멈춰있는 것이기에 건강한 갈등은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다만 꾸준히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갈등의 원인을 분석해 근본적인 실마리를 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원칙과 규정을 지켜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일 할 맛 나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병원 정상화의 방향성을 잡은 최 병원장은 30세가 된 충북대병원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충북대병원은 도민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만들어진 병원입니다. 과거 큰 병에 걸리면 서울이나 충남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던 도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병원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도민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병원인 만큼 30세가 된 우리병원은 앞으로 그 사랑을 도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합니다."

첨단암병원 건립 후 충북대병원 조감도. /충북대병원 제공
첨단암병원 건립 후 충북대병원 조감도. /충북대병원 제공

충북대병원은 현재 병원 내에 첨단암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현대인 사망원인 1위인 '암'을 극복하기 위해 충북대병원은 중증환자 진료를 위한 최첨단 시설 및 전문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병원은 지하 3층, 지상 11층 규모의 암 종별 전문센터와 첨단 치료시설, 암 병동을 함께 운영하는 시설을 구축합니다. 충북도민들께서 암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장거리 진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곧 현실화 됩니다."

충북대병원 충북지역암센터가 발간한 '2018년 충청북도 암 발생률 및 사망률 현황'에 따르면

충북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전국 평균(70.3%)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게 나타났다. 충북의 암 사망률(10만명 당 94.1명)도 전국 평균사망 수준(10만명 당 90.3명)을 웃돌았다.

2018년 충북에서 새로 발생한 암환자는 8천19명(남자 4천380명·여자 3천639명)으로 2017년보다 432명(5.69%) 증가했다. 10년 전(2008년 5천885)과 비교하면 2천134명(36.2%) 증가한 수치다. 첨단암병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통계지표다.

오송읍 임상시험센터 조감도. /충북대병원제공
오송읍 임상시험센터 조감도. /충북대병원제공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는 임상시험센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2년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은 임상연구에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설이 완공되면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관련 연구기관이나 기업을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로 유치할 수 있게 돼 지역사회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에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추진되는 만큼 충북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충북복합메디컬클러스터로써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핵심사업 추진 외에도 최 병원장은 임기 3년간의 목표를 1년 단위로 수립하고,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첫 1년은 병원에서 추진 중인 주요사업을 물 흐르듯 흘러가게 방향을 잡고, 안정시킨다는 생각이다.

"3년의 임기는 무엇을 새롭게 만들고, 그것을 완성시키는 시간으로는 부족합니다. 병원에서 그간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 사업들을 임기 내에 완성하는 것이 병원 구성원들을 위한 병원장의 첫 번째 과제입니다."

2년 차에는 병원 내실을 다지는데 힘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병원 재정이 악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재정 적자를 줄이고 불필요한 부분을 재정비해서 군살 없는 충북대병원을 만들겠습니다."

마지막 3년차에는 주요사업을 차질 없이 완료하고, 현실화 시키는 것이 목표다.

"앞서 말씀드린 첨단암병원과 임상시험센터는 2023~2024년 사이 모두 완성됩니다. 30살 충북대병원의 기반사업인 만큼, 후임 병원장이 이 사업을 무리 없이 이끌어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이밖에도 최 병원장은 환자의 인권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세심한 보살핌을 약속했다.

"우리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충북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첨단암병원 건립 후 충북대병원 조감도. /충북대병원 제공 

충북대병원은 최근 뇌사상태인 필리핀 불법체류자 A씨를 11개월간 치료한고 본국으로 송환하면서 감동을 줬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필리핀 정부조차 송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충북대병원 필리핀대사관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A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또 옥상 추락사고로 크게 다친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 B씨도 수개월 치료 끝에 일상으로 돌려보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병원은 환자를 끝까지 놓지 않고 지켜냈다. 자진출국 의사를 밝힌 B씨는 곧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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