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26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충남 서첫갯벌 전경.
서천갯벌 전경. /중부매일 DB

충남 서천을 비롯한 한국의 갯벌 4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를 담당하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라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함에 따라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문화유산·복합유산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15번째 세계유산이며 자연유산으로는 두번째다. 이같은 등재 이유와 숫자는 서천갯벌 등의 가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한마디로 세계적으로 지키고 보전해야 할 자연환경이라는 얘기다. 그런 갯벌중 하나가 충남 서해안 서천에 있는 것이다.

서천갯벌의 가장 큰 가치는 바닷새 23종 30만여마리가 서식하는 우수한 생태환경이다. 서면 월하성에서 장항 유부도까지 68만㎢에 이르는 광활한 갯벌은 한때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인식되기도 했다. 대천, 무창포, 춘장대 등 인근지역이 해수욕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것과는 달리 지역에 별 도움이 안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곳이 지금까지 원형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거꾸로 이제는 이런 자연환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때 외면받던 곳이 천혜의 자원으로 바뀐 것이나 다름없다.

개발에만 목을 매던 시기가 지나가고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생태적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면서 우리의 가치판단도 달라졌다. 보전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무분별한 훼손으로부터 자연환경을 지키는 일의 의미도 커졌다. 그렇다고 그 환경이 우리의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상황에 맞춰 지킬 것은 지키면서 더 큰 가치를 끌어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방치와 보전의 차이는 가치의 활용에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서천갯벌이 함께 등재된 고창(전북), 신안(전남), 보성·순천(전남) 갯벌에 비해 앞서는 부분이 바로 생태적 활용 가치다. 서천갯벌의 양 옆으로 보전의 의미를 확연히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옛 장항제련소 부지와 동백정해수욕장이 바로 그것들이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흔이 남아있는 장항제련소 부지는 50년 넘게 각종 중금속으로 오염돼 8년간 3천억원을 들여 정화작업이 진행된 곳이다. 여기에 더해 오염으로 방치된 땅에서 습지 등 자연을 탐구할 수 있는 땅으로 생태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맞은 편 격인 동백정해수욕장은 또 다른 생태복원을 앞두고 있다. 국내 4대 해수욕장으로 꼽혔던 비경에 개발열풍으로 화력발전소가 들어앉으면서 훼손된 환경이 40년만에 복원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가시화되면 인간의 탐욕에 의해 개발이란 이름으로 오염되고 훼손됐던 생태환경이 다시 살아나게 된다. 이는 원형의 생태계와 복원된 생태환경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보전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체험교육장인 셈이다. 갯벌 자체에 활용까지 서천갯벌의 보전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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