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권오중 시인·가수

계란꽃으로 산과 들을 하얗게 수놓으며 여름이 익어간다. 계란꽃이 군락을 이루 어 산과 들에 가득 피어난 모습이 장관이다. 계란꽃이 모여 여름 찬가를 합창하고 있는 듯하다. 계란꽃은 바로 개망초이다. 달걀프라이 또는 삶은 계란 속처럼 보여 계란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은 한 개체에 많은 작은 씨앗을 만들어 낸다. 씨앗에는 민들레처럼 하얀 깃털이 있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발아되는 개체수도 많지만 봄부터 빠르게 키워낸 거대한 몸집이 다른 풀들을 압도해 버린다. 그 기세가 마치 수 많은 군인들의 대오처럼 늠름하고 하늘을 찌를듯하다.

어린싹은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우리 주위에 너무 흔하게 있어 나물이라는 생각을 안 했는데 나물로 먹으면 맛이 괜찮다고 한다. 시골에선 담배 냄새 같은 냄새가 나 담배나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배 고픈 시절에 구황나물 로서 허기를 채워주었다고 한다.

개망초는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란다. 우리나라에는 1897년에 시작된 경인선 철도 건설 때 침목에 묻어 들어와서 철로 주변을 따라 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구열강의 경제 침탈과 일본에 의한 강제합병으로 조선왕조가 멸망하던 시기에 외국의 낯선 풀이 급속도로 세력을 불려가니 이를 빗대어 망국초라고 불렀단다. 이 망국초가 변형되어 망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빈터가 생기거나 농사짓던 밭을 묵히게 되면 망초나 개망초가 가장 먼저 들어와 개선장군처럼 점령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망초가 워낙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강해 잘 죽지 않자 농부들이 '이런 망할 놈의 풀'이라고 해서 망초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대여,난 슬프답니다/ 왜냐고요/ 난 산과 들을 예쁘게 꾸미려고/ 지천으로 피었을 뿐인데/ 망할 놈의 풀이라고 하니/ 너무 억울합니다//

내 얼굴을 보면/ 가운데 꽃술은/ 계란 노른자/ 에두른 꽃잎은/ 계란 흰자위/ 어때요 이만하면 예쁘지 않아요//

그런데 날 구박하시니/ 가슴이 아프답니다/ 흔한 것이 죄인가요/ 평범하다고 업신여기나요/ 그렇지만 나도 다른 꽃들처럼/ 예쁘게 살아간답니다//

이제부터 나를/ 에그(egg)! 계란꽃이라고 불러주세요/ 특별한 그대여/ 내 소원을 들어주시겠지요'(그대여 계란꽃을 아시나요 - 권오중)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망초꽃이라는 부정적인 이름보다 계란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러보자. 동물이 사람의 말을 듣는다 하고 식물과 물도 말에 반응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왕이면 예쁜 이름으로 그들을 불러주면 좋겠다. 그렇게 예쁜 긍정의 말로 하루하루를 수놓아보자. 밤에는 꽃잎을 다소곳이 오므리고 자는 모습이 참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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