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시작한 자치경찰제가 출범한지 한달여가 지났다. 어렵사리 시범운영도 해봤고 업무 자체는 달리진 것 없이 조직만 나뉘어진 까닭에 아직까지 별 탈은 없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출범과정이 요란했던 충북의 경우 제도의 안착을 위한 행보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우려가 컸던 인사권 등의 문제도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가 조심스러워하면서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이같은 현장의 상황과는 달리 재정문제와 자치권 등 논란거리는 그대로 여서 제도적 보완은 여전히 숙제다.

평가를 하기에 한달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 그 사이에 있었던 직원 인사만 봐도 충북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한시적으로 시·도 경찰청에 맡겼다. 권한을 행사한 곳들도 상당부분 경찰에 재위임했다. 단계적으로 영역을 넓혀 자치업무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제도 정착을 위해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자치경찰의 자리가 어느정도 잡힌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 바탕에는 시작도 못한 조직 이원화가 있다. 제도적 미비는 운영의 난맥을 피할 수 없다.

분담·지원 등의 대책도 없이 내던져진 재정문제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결이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그렇지만 지자체들이 내년 살림살이를 짤 때쯤이면 시끄러워질게 뻔하다. 급식과 수업료 등 교육분야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한달만에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발등의 불이 된 다음에 호들갑을 떠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라면 미리 준비하는 게 맞다. 이같은 접근은 사실 자치경찰제 전반에 해당된다. 정해놓은 출범 시점에 맞추느라 준비가 부족했던 게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사전준비 부족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벌써부터 치안현장에서는 자치경찰제 존재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장점인 지역실정에 맞는 차별화된 치안까지 가려면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한다. 이를 이끌 자경위 운영 관련 제도는 마련되고 있지만 이런 속도라면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소리를 꽤 오랫동안 들어야만 한다. 아동·여성보호 및 취약분야 방범 강화 등 피부로 체감하는 민생치안에 자치경찰의 성패가 달려있다. 성과는 없고 잡음만 나온다면 안 하니만 못한 개편일 뿐이다.

앞서 자치권 논란으로 눈길을 끌었던 충북은 먼저 운영에 필요한 소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출범전의 갈등 탓도 어느정도 있을 것이다. 준비가 소홀하면 이런 결과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중앙정부 차원의 일은 정치권에 맡기고, 지자체가 감당할 것들은 서둘러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정리돼야 조직과 인사를 자치경찰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차별화된 지역 치안정책이 가능하다. 그 단계에 가도 과제가 적지않을 터인데 아직도 출범전 과제를 붙잡고 있어서야 언제쯤 안착을 자신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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