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아닌 행복한 유도인의 길 제시…후배들과 소통
'하늘이 감동할 만큼 훈련' 경기결과에 후회 없어

도쿄올림픽 남자 유도(-100㎏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조구함 선수가 9일 모교인 청주 청석고등학교에서 후배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김명년
도쿄올림픽 남자 유도(-100㎏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조구함 선수가 9일 모교인 청주 청석고등학교에서 후배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금메달이 목표가 아닌, 행복한 유도인 됐으면..."

멋진 스포츠맨십으로 올림픽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한 조구함이 9일 모교인 청주 청석고등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아닌, 행복한 유도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시합 전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는지, 긴장은 어떻게 푸는지에 대한 후배들의 질문에 조구함은 "하늘이 감동할 만큼의 훈련을 감당하고 시합에 나간다면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다"며 "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나 자신이 알기에, 그것을 믿으면 자신감이 시합에 드러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꿈에 그리던, 꿈에서도 나왔던 올림픽 결승전 무대에 올랐다"며 경기에 패하고도 상대선수의 손을 올려준 것에 대해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했기에)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 

모교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조구함은 "청석고 시절 많은 응원을 받았으니, 모교에 와서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유도계에서 청석인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은 만큼, 후배들도 청석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생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이 지금의 힘든 시기를 지혜롭고 올바르게 잘 이겨내고, 이 경험을 사회에 올바르게 사용하길 바란다"며 승패보단 행복에 방점을 찍은 유도인이 되길 소망했다.

지난달 29일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100㎏급 결승전. 9분 35초의 혈투 끝에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의 두 어깨가 땅에 닿았다. 우리나라 유도 마지막 희망이었던 그가 결승전에서 일본선수에 패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조구함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그의 승리를 인정하고 축하했다. 그 순간 조구함의 손도 하늘 위로 올라서며, 자신 역시 패자가 아닌 승자임을 증명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조구함은 유도선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기영(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금메달)과 조인철(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을 배출한 청주 대성중, 청석고로 진학했다. 발군의 기량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성인무대를 휩쓴 그는 자신의 우상들의 뒤를 이어 청석고 세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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