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민실련상임대표

바다로 조업을 나가 만선을 기대하며 어망을 한 줌 한 아귀씩 걷어 올리다가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에게 밥 중 어둠속의 연안 뱃길을 안전하게 알려주도록 해안에 등불을 켜놓은 탑 모양의 건물을 등대(燈臺)라고 한다. 이 등대에서 생활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안전신호를 보내거나 불을 밝히며 밤낮으로 어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을 등대지기라고 부른다. 이 등대에 등대지기가 없으면 사공(沙工) 없는 배 같아서 수많은 크고 작은 배들이 항로를 잃어 표류하다 난파를 당하기 십상이어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바다를 일상의 일터로 삼고 폭풍우와 싸우면서 가슴조리며 살아가는 어민들에게 등대와 등대지기는 동화나 추억속의 낭만적 볼거리나 얘깃거리를 한참 뛰어 넘어선 가족들을 살갑게 감싸주는 보금자리(Sweet Home)이자 뭇 생명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믿음의 수호신과 다름 아니니 그 짐이 얼마나 무겁고 그 사명 또한 얼마나 막중한지 쉬이 알 수 있으리라. 그런 이 등대지기에게 갑자기 거동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이 발생했을 경우를 한 번 상상해 보면 그의 중차대한 기능과 역할까지도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등대지기를 고장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어른(首長)이나 앞장서 나라를 평화롭고 부강하게 이끄는 나라님(帝王)에 비유하여 보이지 않는 그의 노고와 애씀을 칭찬하거나 스스로의 사명과 책무를 다하며 자신의 안위보다 등대만 바라보는 이들의 눈동자에 비친 생계걱정을 치하하기까지 한다. 그런 마음으로 뱃길을 알려주는 표지등인 등대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기에 해가 지면 불을 밝혀 항구를 떠난 배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도록 어둠속의 뱃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가 사고를 당해 남포등에 불을 붙이지 못하면 수많은 배들은 바다위의 미아가 되어 아주 황당한 역경을 치러야 한다. 리허설이 용납되지 않는 구기종목 경기 중의 문지기(Goal-keeper) 역할을 연상하면 쉬 알리니.

모든 공직자가 그렇듯이 이들도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천애고도에서 외롭고 고독한 등대지기로의 사명을 받으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발생한다 해도 그 지기(職)가 우선이기에 선공후사(先公後私)로 그 역할수행에 목숨까지도 불사한다. 이 공(公)은 모든 벼슬의 통칭으로 관직을 갖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어른으로 모시고 존경했기에 맡겨진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하여 사후에도 성(姓)이나 호(號) 다음에 이충무공(忠武公)처럼 공을 붙여 극진한 존경의 표시를 했다.

이미 사라진지 오래된 풍습 중 하나로 약관에 고시에 합격하여 부임한 시장 군수나 판검사에게 정년이 가까운 동료직원이나 외부인사들까지도 이들을 영감님이나 나리님이라고 불러 많은 이들의 눈총과 빈축을 받은 적도 있었는데, 이는 공직을 성실하게 수행해 달라는 당부와 꼭 그렇게 베풀어 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의 염원을 담은 인사호칭을 아첨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저지른 과오남용어가 아니었을까?

우리의 생활 주변엔 공직자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어나 그 수효가 참으로 많은데, 한시적으로 공무를 수행하도록 책무를 부여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백만이 훨씬 더 넘을 것이다. 이들이 모두 등대지기처럼 언제 그 긴 외로움에서 벗어날지 기약도 없으면서 자기에게 생명을 담보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수많은 선민(善民)들을 지키기 위해 그저 묵묵히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투명하고 철저한 사명감으로 공직을 수행한다면 그야말로 어진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太平聖代)이 그렇게 먼 것만은 아닐 것이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공직의 시보(試補)에서 나라 튼튼하게 잘 지키고 백성 편히 살 수 있도록 목숨 다해 보살펴 달라고 선출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공무원이 내 가족이나 이해관계자보다 나를 믿고 모든 것 맡겨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소명을 다해 줄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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