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88 서울올림픽의 성공도 이 대회를 위해 우리 국민이 하나가 됐기에 가능했다. 최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도 다르지 않았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의 격랑을 무릅쓰고 뛰어든 것은 국민 화합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도 4차대유행과 폭염이라는 재난을 이겨내는데 도쿄올림픽이 큰 힘이 됐다. 이제 기쁨과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하나된 힘을 더 증폭시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메달, 특히 금메달에만 목을 매는 잘못된 풍토가 상당히 희석됐다. 땀을 흘린 만큼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순한 결과보다 그 과정과 노력의 가치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소위 인기종목이 아니 분야도 관심과 화제의 대상이 되는 등 즐기는 스포츠로 한단계 성장한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스포츠 매력들을 더 많이 폭넓게 향유하려면 지금의 체제로는 안된다. 무엇보다 그 환희를 계속 즐기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국가대표라는 고지부터 올라야 한다. 양궁 등의 종목은 올림픽 메달 획득보다 더 어려울 정도로 그 과정이 험난하다. 여기에 이르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를 위해 대부분 학창시절부터 실업팀이나 프로까지 쉽지 않은 오랜 여정을 거친다. 이런 선수육성 체계가 받쳐주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도, 환희도 남의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선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하물며 여건이 떨어지는 지역의 자원이 이런 반열에 오르려면 체계적 육성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최근 도쿄올림픽의 주역들이 출신지나 소속팀으로 금의환향하고 있다. 성원에 대한 감사와 함께 성과를 알리고 그 기쁨을 다시 공유하는 자리가 이어진다. 우리 고향이라서, 우리 선수라서 더 각별했던 환희의 순간을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이런 환희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향이야 달라질 수 없지만 선수생활은 한시적이다. 4년뒤 기약은 대부분 욕심일 뿐이다. 지역내에 제대로 된 실업팀을 찾기 어려운 마당에 소속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이래저래 밑천이 달리는 게 현실이다.

충북 전체를 봐도 청주시청 남자양궁팀 외에는 보이질 않는다. 강원도 출신 유도 조구함은 청석고를 선택했으나 진로문제로 충북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반면 충북 출신이지만 타지에 둥지를 틀고 활동한 선수들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충북에 이들을 품을 만한 기업체가 없는 것도 아니다. 본사가 없어도 선수단을 끌고올 방법을 찾으면 된다. 배출할 자원은 줄어들고, 선수를 키울 팀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올림픽의 환희는 멈출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올림픽은커녕 스포츠의 매력을 즐기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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