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한성희 충북경찰청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관

21세기에 들어 각종 전자기기는 소형화되고 연산 처리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사람들은 휴대전화, 노트북, TV 등을 통해 디지털과 연결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범죄자들도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디지털 기기들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이 대표적이다. 범인들은 자녀를 사칭해 '휴대폰이 깨졌다'라는 문자를 보내 악성코드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대출신청서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는 척 하면서 악성코드를 설치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이런 종류의 범죄가 증가하면서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디지털포렌식은 디지털 기기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과학적 방법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법이다.

범죄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흔적들을 남긴다. 범죄 현장에 도착하면 컴퓨터, USB, 스마트폰, 외장하드 등 디지털 기기를 볼 수 있다. 분석관과 수사관들은 저장 매체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수집 과정에서 원본 데이터의 무결성(데이터의 손상 없이 정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을 보장하고 원본과의 동일성으로 지켜야 한다.

한성희 충북경찰청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관
한성희 충북경찰청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관

또 직접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외에도 클라우드, 이메일, 서버 등 현장에서 수집하지 못하는 것들도 원격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 디지털포렌식은 간첩, 기술 유출, 공갈, 사기, 해킹, 사이버 테러, 아동 음란물, 성 착취 등 모든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모든 범죄에는 끝이 있듯이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를 찾아주는 것이 디지털포렌식이다.

국민의 기본권으로 잊힐 권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범죄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범인을 검거하면서 '범죄는 잊힐 권리가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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