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혼탑 전경
충혼탑 전경

흔히 충청도를 충절(忠節)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우리민족이 숱한 국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번영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우국지사들의 헌신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충청도 출신들은 그 숫자나, 업적에 있어 남다른 모습으로 성가(聲價)를 높였다. 충청도는 특정한 곳이 아니어도 곳곳에서 충절의 역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 충청도민들이 자랑스럽게 충절의 고장이라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충절의 자부심을 드러내기에 우리의 현실은 많이 부족하다.

선조들의 충정을 되새겨 본받기 위해서라도 이를 마음에만 담아두어서는 안된다. 이를 추모(追慕)하고 기리는 일들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충혼(忠魂)의 얼이 길이 보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북만 봐도 변변한 추모시설 하나 찾아볼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시기인 6·25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시설도 여러 면에서 모자람이 적지않다. 후손들에게 이를 알리기에도 부족한 시설로 이들을 추모한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당장 충북의 얼굴 청주시가 그렇다.

청주시 충혼탑은 지난 1955년 한국전쟁의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지난 2017년 새단장을 한 이 곳에는 당시 희생된 군인 등 3천400여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하지만 추모를 위한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위패를 모신 탑만 덩그라니 위치할 뿐이다. 접근성도 떨어진다. 도심에 위치했지만 굳이 찾지 않는다면 발걸음을 이어갈 일도 없다. 바로 옆에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충북교육도서관과 시립미술관이 있지만 충혼탑과는 서로 겉도는 시설일 뿐이다. 버젓이 존재하지만 잊혀진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다.

이런 충혼탑 일대를 대대적으로 고쳐 추모공원으로 만드는 일이 추진되고 있다. 300억원 가량을 들여 인근 도서관과 미술관을 묶는 복합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무엇보다 충혼탑 부지에 안보교육관을 짓고, 추모의 벽을 꾸미고, 연못과 둘레길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충혼·충절에 대한 추모의 공간이자 이를 후손들에게 이어줄 공감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이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그러나 이 사업은 기로에 서 있다. 부지사용 문제로 시작도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충혼탑 주변 1만6천600㎡나 되는 땅이 충북도 소유인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건립때부터 시에서 무상사용했다고 한다. 이에 청주시에서 해당부지 매입과 토지 맞교환 등을 하려했으나 가격 문제 등으로 불발됐다. 그러는 사이 추모공원 조성을 뒷받침할 정부공모사업의 마감 시한이 눈앞이다. 잘못 끼워진 단추는 발견 즉시 바로잡는게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로 고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기다렸다가 하면 된다. 어찌됐든 이 모두가 충북도민, 청주시민을 위한 일이기에 그렇다. 충북도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