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

이런 도시에 사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자.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나 악취가 진동하고 살인과 절도, 방화가 도심 곳곳에 끊임없이 일어난다. 각종 범죄로 집 밖에 나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하고 나가야 한다. 백주대낮에도 누군가에 쫓기듯 항상 뒤를 살피며 잰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하는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 뉴욕에서 실제 일어난 일들이다.

'오후 6시 이후 거리에 나돌아다니지 마라. 걷지 마라.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라' 경찰과 소방노조 등 공공안전노조는 뉴욕 방문자를 위한 생존가이드(Welcome to Fear City-A Survival Guide for Visitors to the City of New York)를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했다. 불과 50여 년 전 세계 패션 트랜드를 선도하고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1971년 당시 황폐해져 가는 도시를 살리고자 정부 고위관료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더 좋은 뉴욕을 위한 모임(ABNY · Association for a Better New York)'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세금감면, 임대료 규제완화 등 친비즈니스 정책과 뉴욕 치안 강화에 열을 올렸으나 뉴욕시의 재정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의 뉴욕을 만든 획기적인 변화는 단 한 줄의 문장 I♡NY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의 도시에서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되기까지 도시브랜드의 과정이 있었고 I♡NY 캠페인으로 투자유치와 관광하기 좋은 도시의 이미지를 홍보하여 지금의 뉴욕이 만들어진 것이다.

작년 7월 2일 제2대 청주시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취임하고 의정 방침을 '오직 시민'으로 정했다. 의정 방침을 정하는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3선 의원으로서 처음 지방의원에 당선됐을 때의 초심을 기억하고 지키기 위해 답은 간단명료했다. '오직 시민'이란 의정 방침으로 청주시의회는 지금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오직 시민만 생각하며, 오직 시민을 위해 일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주 사회에서의 지방의회 역할은 포용과 융화로 지역의 민의를 녹여내는 시민 행복의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 의원은 살이 타들어 가는 뜨거운 용광로의 열기를 감내하며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필요로 하는 고순도의 제품을 만드는 주물주조원의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그 중심에 '오직 시민'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와 이념이 내포해 있다.

뉴욕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관료주의를 고집하지 않고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를 확대하여 브랜딩 전략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청주시의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시민'이다. 관치(官治), 의치(議治)가 아닌 협치(協治) 더 나아가 민치(民治)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시민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의회가 되어야 한다.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
최충진 청주시의회 의장

특히 코로나19로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시민의 마음을 더 헤아릴 줄 알고 보듬어야 할 시점이다. 민의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더 분주하게 뛰어다녀야 할 이유이다. 뉴욕이 대표적인 도시브랜드로 성공한 도시라면, 제2대 후반기 청주시의회는 '오직 시민'이라는 이상적인 의정 브랜드로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의회로 자리매김하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