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청주세광고등학교장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 중 남태평양에 위치한 이스터섬이 있다. 모아이(Moai)라는 거대한 석상이 해변 가에 줄지어 도열해 있는 신비로운 풍경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722년, 네덜란드 탐험가 로헤베인(J.Roggeveen)이 부활절(Easter)에 이 섬에 도착했기에 이스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900여개에 달하는 거석들을 어떻게 제작하고 이동시켰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더 깊은 관심을 모은 것은 인류학자 다이아몬드(J.Diamond)가 이스터섬의 멸망에 대한 분석을 내놓으면서부터이다.

다이아몬드는 이스터섬의 문명붕괴(collapse)가 음식물 조리, 카누, 모아이 제작 등을 위해 무절제하게 삼림을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최근 이에 대한 반론이 있지만, 삼림채벌이 이스터섬 멸망의 주원인이 되었다는 점은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한발 더 나아가 이스터섬의 사례가 무절제한 환경 파괴로 신음을 앓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 경종을 울려주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와 생태계 붕괴는 오늘의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올해 들어 더욱 폭발적으로 세계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 유럽과 중국이 예상치 못한 폭우로 엄청난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냈고, 48도의 폭염을 기록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을 비롯해서 그리스, 터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이 고온으로 인한 산불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다. 안전 문제에 있어 최고의 시스템을 자랑하는 선진국 독일과 벨기에 미국 등도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었다. 생태계의 붕괴 역시 코로나 19 판데믹이라는 초유의 재앙을 가져오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무절제한 삼림환경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인류의 생활권에 들어오고,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다양한 감염병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에게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과 바이러스의 75%가 가축과 야생동물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초연결사회가 된 오늘날, 인간이 야생동물로부터 받은 바이러스의 숙주(宿主)가 되어 단시간에 감염병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판데믹 상황이 2000년대에 들어 지속되고 있다. 환경파괴(Ecocide)로 인한 감염병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삼림파괴에 따른 피해는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라는 차원에서 그 양상은 차이가 있지만 이스터섬의 경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행위가 인류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논의 중, 기후와 생태계 회복이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세계인의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의 배경이 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과 건강한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되고 있는 것이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G. hadin)은 공유지의 비극(Tagedy of commons)이라는 이론을 통해 '소유권이 불분명한 자원은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어 결국 재앙을 초래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기후와 생태계가 바로 그런 자원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공유지 성격의 자원을 다룰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지구 건강(Planetary health)을 다룰 '글로벌 거버넌스(Grobal governance)의 구축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인류가 공동으로 지혜를 모으고 협력할 때 코로나19를 비롯한 인류의 재앙을 종식하고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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