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국가 경쟁력을 논할 때, 창업정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특히 창업생태계 조성은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동력이다.

파괴적 혁신과 위험을 감수한 창업가는 새로운 산업을 이끌며 스타트업이었던 회사를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21년 '세계 top10 기업' 중 8곳은 창업 한지 오래된 기업이 아니다. 전통적 공룡 기업이었던 석유나 금융 중심의 산업은 스마트폰과 연결된 플랫폼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스타트업이 국가 경쟁력'임을 알아챈 주요국들은 앞다퉈 창업생태계 조성에 열 올리고 있다.

미국은 창업자의 활동지수, 유니콘 기업수 등 다양한 지표에서 세계 1위다. 창업에 대한 우호적인 사회 인식은 도전정신이나 창의성, 위험 감수성 등으로 이어져 세계시장의 강자가 됐다.

이는 민간과 정부의 긴밀한 협업정책 덕분이다. 연방정부는 창업문화 확산과 지역의 균형적인 창업생태계를 위해 집중하고, 주정부는 지역 고유의 특성이 잘 반영된 정책으로 미국을 넘어 글로벌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민간은 '모험자본'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엔젤, AC(액셀러레이터) 등이 창업초기 기업의 성장을 돕고 VC(벤처캐피탈), PE(사모펀드)가 확장을 지원한다. 미국을 넘어 세계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도 투자재원 덕분이다.

생계형 창업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회형, 혁신형 창업 비중이 높은 것도 민간의 모험자본이 시장에 충분히 조성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니콘(비상장, 1조원 가치 기업)을 넘어 데카콘(비상장 10조원 가치 기업), 엑시콘(비상장, 100조원 가치 기업)이 가장 많은 것도 같이 이유다.

정부와 민간의 확연한 역할분담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스타트업 중심경제정책은 많은 창업기업이 고속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파괴적 혁신과 위험을 감수한 창업가는 어떻게 탄생할까? 그리고 다윗에 불과했던 스타트업은 어떻게 거대 공룡이 될 수 있었을까?

독일의 심리치료사 롤프 메르쿨레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2500년 전 공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 못하다."

그리고 오늘날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사람은 절박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모든 사람들도 '계속하는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

'계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고객의 불편이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순결한 소명의식일까? 둘 다 맞다. 내가 해결하고 싶다는 강력한 믿음도, 순결한 소명의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필자는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기본소득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위해 도전하는 이들에게 '믿는 구석'이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빚을 짊어지고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스타트업은 남의 이야기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학자금 대출과 먹고, 자고, 입어하는 비용은 말하지 않고 "꿈을 위해 왜 달려가지 못하냐?"고 말하는 건 가혹하다. "안정된 직장, 정년이 보장된 미래만 바라보는 사회의 미래가 우려된다"는 어느 성공한 사업가의 말은 먼 세상을 이야기로 들린다.

코로나 19를 통해 5년 뒤에나 올 법한 사회가 이미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식당에는 계산원을 대신해 키오스크(kiosk)가 자리 잡았고, 홀서빙 로봇이 음식을 나른다. 심지어 가상인간 '로지'에 이어 등장한 '로아'는 보험사 광고에 이어 호텔, 자동차광고까지 섭렵하면서, 가상 인간이 실제 기업의 광고모델로 선택받고 있다.

지난해 당진시는 청년타운 입주기업을 모집했다.

'창업기본소득지원, 청년쉐어 하우스 제공, 제품 고도화 지원' 등을 슬로건으로 내건 당진시는 창업팀 1인당 30만~50만원의 금액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고 전담 매니저 배치,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창업인큐베이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결실을 맺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되겠지만, 창업기본소득의 첫 걸음을 응원한다.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안창호 충북스타트업협회 의장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부분의 일자리는 급속히 사라질 것이다. 기본소득의 고민은 중앙정부만의 고민이 되어서는 안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로 성공창업을 이룬 기업들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혁신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믿는 구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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