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지역 정치계에서 '용퇴(勇退)'란 말을 들어본지 꽤나 오래다. 용퇴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는 다시 보면 정치적 생명에 여러 가지 호흡기를 달아 어떻게 해서든 연명하려는 기성 정치인들이 만연하다는 것을 뜻한다.

충북의 대표적인 용퇴는 제천 출신 이원종 전 충북지사다. 이 전 지사는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4개월 남긴 2006년 1월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63세에 불과했으나 정계은퇴까지 덧붙였다.

이 전 지사의 결단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출마가 곧 당선이라고 평가받던 그가 갑작스런 3선 포기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당시 그의 소신은 이랬다. "40년 넘는 지난 공직생활 동안 도민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성원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감사하며 물러날 줄 알아야 할 때입니다." 지역 사회는 이 전 지사의 결단에 '용퇴'란 수식어를 붙였고, 현재까지도 후배들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충북 8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청주 상당구에서 재선거 가능성이 열린 최근, 용퇴가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다양한 정치설(說)이 돌고 있다. 황당한 내용도 있으나 그중 하나는 중진이라고 하는 몇몇 전·현직 정치인이다. 이들이 상당구 재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도 노린다는 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권에서 3선 이상 경험을 쌓았고, 60대 후반이거나 70대라는 점이다. 정년제도 틀 속이라면 잊혔어도 한참 전이었을 텐데 정치적 수혈로 본인들은 아직도 한창때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설에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우나 절차탁마 심정으로 바닥부터 기반을 다져온 40·50대 주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언제까지 해 먹을 심산이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숙부뻘 정도 되는 다선 정치인들에게 눌려 매번 정치 살림 식모살이만 하면서 '희망 고문'을 당하는 그들에게 이들은 지겨운 존재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586세대 퇴진론과 30·40대 기수론에 공감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식상함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지역 정치계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이라면 기득권 세력이자 기성 정치인들은 손뼉 칠 때 떠나는 용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그렇다고 이들의 연륜과 경력, 정치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십수 년 이상 정치에 몸담아 쏟아낸 에너지를 감안하면 기력이나 판단력에서 후배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열정과 탐욕은 천지 차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충북 정치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줄곧 나온다. 이는 내용물을 소진한 쭉정이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수면 밑에는 용퇴를 기다리는 속이 꽉 찬 알맹이가 늘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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