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충주시와 충주라이트월드 상인회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생 방안을 찾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위한 양측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협상을 통해 라이트월드 상인회 측에 충주세계무술공원의 지정된 공간에 상가를 마련해주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고 상인회 역시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기존 상가 철수문제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시는 상인회와 합의가 되면 9월 열리는 충주시의회 임시회 추경에 관련 예산을 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월드 상인회 측에 이달 말까지 상가 건물을 비워달라고 통보한 시는 조만간 상가 건물 철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라이트월드 부지 내에는 상가와 홍보용부스인 'G테이너' 건물 3동 외에는 거의 모든 시설물이 철거된 상태다. G테이너 내부도 현재 영업 중인 편의점 외에는 모두 비어있는 상태여서 완전 철거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에 대해 상인회 측은 "현재 G테이너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을 철거할 경우, 거액의 손실을 입게된다"면서 "상가 이전 전까지 예전의 라이트월드 사무실을 편의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극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아 큰 틀에서 합의점에 도달했던 시와 상인회가 세부적인 문제를 놓고 다시 갈등을 빚으면서 협상 결렬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양측 모두 과연 상생을 위한 준비가 돼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상생은 묵은 앙금을 훌훌 털고 이해와 양보를 통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을 품고 시작한 이번 협상은 애초부터 부정적인 결과가 예견됐다.

시는 처음에 무술공원 한구석에 컨테이너 여러 동을 마련해 라이트월드 상인들에게 영업을 하도록 제공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새로 마련하는 상가를 오히려 무술공원의 흉물로 만드는 계획이나 다름없다. 누가 보더라도 상인들의 격렬한 집회와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입막음용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왕, 상인들에게 상가를 마련해 줄 계획이라면 충주세계무술공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건물로 조성하고 아예 공원 전체를 명소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일을 추진할 때 큰 틀의 계획이 세워지면 작은 걸림돌에는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시는 상인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대신, 합의사항을 어길 시에는 단호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 한 때 극한 대립 관계였지만 오히려 이들을 껴안고 활용해 실패한 라이트월드를 성공의 모델로 승화시킨다면 전화위복의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시와 라이트월드 상인회 양측 모두 협상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협상의 성사 여부는 협상 대상자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임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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