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공항 인근에서 한국의 우방국 병사가 외교관과 함께 한국행 아프간인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공항 인근에서 한국의 우방국 병사가 외교관과 함께 한국행 아프간인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생각지도 않았던 외지 손님들이 또 다시 충북혁신도시를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교민들이 잇따라 발길했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이번에는 외국인들이 찾아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을 도왔던 협력자와 가족 등 400여명이다. 정부 전복의 혼란속에서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위험에 처하자 우리나라가 인도적 차원에서 데려온 것이다.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그 까닭을 볼때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이들을 진천·음성 주민들이 따뜻하게 품은 것이다.

이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이곳에 6~8주 가량 머물 예정이다. 우리가 이들을 품을 이유는 충분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은 지역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 방역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집단 수용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혁신도시 주민들은 흔쾌히 이들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사례도 있고, 대규모 수용시설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여기에 어려운 이들을 돕고 국가와 지역의 위상을 높인다는 점도 한몫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런 점에서 용단을 내린 혁신도시 주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국가적 일인 만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겠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기꺼이 하는 것과 마지못해 하는 것과의 차이는 크다. 그렇다고 충북혁신도시를 난민 피란처나 집단수용 대상지역인 양 생각해선 안된다. 이런 상황의 반복으로 인해 '그처럼 인식되지 않을까'하는 지역민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부득이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뒷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주민들의 바람은 위기의 아프간인들이 안심할 수 있게 돕는 것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향후 거취 등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이들이 안정적으로 머물러야만 한다. 주변의 우리 국민들이 불편한 시선과 마음으로 지켜봐서야 이들이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는가. 어쩔수 없는 사정으로 고국(故國)을 등진 처지라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마음을 보듬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머무는 곳의 주변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불편과 불안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변 주민들은 선의(善意)가 흔들림없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방책을 원하는 것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방역지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조속한 백신접종으로 주변에 안전지대가 형성되면 주민들도 걱정을 덜 수 있다. 아프간인들의 집단체류에 따른 뒷처리는 지자체가 감당할 몫이다. 여기에는 더 많은 손길과 비용이 수반된다. 별도의 예산이 필요한 만큼 중앙정부가 헤아려야 할 문제다. 또한 정부차원의 신분확인과 경비대책이 진행되겠지만 눈앞의 지역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 집단체류 수용이라는 결단에 걸맞는 국가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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