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

지난 충북경제포럼 정책분과위원회에서 '2050 탄소중립전략에 따른 중소기업 대응'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 느끼는 바가 상당히 많았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제 각 기업은 더 이상 기업의 운용능력, 실적에 의해 평가받는 시대에서 조금 더 민감한 주제인 환경을 담아야 하는 시대로의 변화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상장사에 대한 투자의 지표인 ESG 등급(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이미 평가되어지고 있었다. 사회 현상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로 주식시장인 것을 생각해보면 환경에 대한 신(新) 패러다임은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우리의 곁에 와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으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최근 20여년간의 삶은 매우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휴대전화의 예가 그렇다. 처음 상용화가 되었을 때는 이동하면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혁신이었으나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누구나 누리고 있는 그저 편리한 통신 수단으로, 이제는 하나의 작은 컴퓨터가 되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누구나 사용하던 필수 저장 매체였던 디스켓은 더욱 효율적인 저장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디스켓의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각종 프로그램에서의 '저장하기' 기능 버튼으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환경도 이와 같다. 당연한 것 같이 생활하고 있는 이 지구라는 삶의 터전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변할 것을 예측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오랜 시간 이야기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감하는 환경변화가 없다고 여기며 지금 누리고 있는 환경이 본인의 세대를 비롯해 자식, 자손의 세대에도 여전히 지금과 같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과학자의 말에 따르면 지구 기후 변화는 이미 인간의 통제영역을 벗어난 상태로 자연이 갖고 있는 임계점을 넘어설 때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적어도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변곡점, 즉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한다.

선사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지하자원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범세계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이제는 자원의 고갈에 대한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 및 혜택제공을 선언한 '국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에 발 맞춰 우리 기업인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셈이다.

우리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려 하는 방향은 바로 농업이다. 현대의 농업은 종자학에서부터 재배학 그리고 기계학의 발전과 보급으로 충분히 양질의 수확물을 얻을 수 있지만 기후라는 가장 큰 적과 마주하고 있어 예상치 못한 기후 현상으로 해마다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일이 다반사이다. 대한민국은 사계가 뚜렷하다는 것도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것이 우리 기업이 생육에 필요한 환경을 외부와 독립적으로 조성하여 품질의 수확물을 얻는 온실재배에 현대의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각 품종에 따른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보다 유리한 생육환경을 찾아내어 그 환경을 정밀하게 유지 및 관리하여 양질의 수확을 거두는 것이다.

윤인기
윤인기 두성기업 대표

식량도 국가적 전략자원이기 때문에 국가는 향후 기후변화 속에서도 적어도 국민의 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해마다 균질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농가는 국가 경쟁력에 큰 힘이 될 것이고 정보통신기술과 농업기술을 보유한 전문인력 양성 후 농가에 배치를 한다면 기존의 농가 노령화 및 인력부족문제도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친환경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생육환경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화석연료 대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 기술과 2차전지 기술을 도입한다면 생산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배출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존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방향으로 시야를 넓히고 전환가능한 기존 인력과 인프라를 십분 발휘한다면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정부의 탄소중립전략과 나란히 앞을 보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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