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우리 법무법인 건물에 매일 만날 때마다 힘이 되는 분이 둘 있다. 한 분은 건물 청소해주는 아주머니이고, 다른 한 분은 1층 커피숍 처녀다. 그들이 자기 일을 감당하며 다른 이들을 대하는 모습이 기쁨을 주고 주변을 환하게 비추어준다. 두 분을 만나고 나면 힘이 나고,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내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추스르고 사명자로서 소명을 잘 감당할 것을 다짐하게 만든다.

우리 법인 건물은 7층이다. 2008년 봄, 청주 법원의 산남동 이전에 맞추어 건물 꼭대기 층에 입주했다. 그 무렵부터 지금까지 건물 복도와 화장실 등 공용공간에 대한 청소를 60대 중반 아주머니가 담당하고 있다. 작달막한 분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아침 일찍 7시 무렵부터 나와 1층부터 7층까지 청소를 혼자 감당한다. 흥덕구 옥산면이 집인데, 시내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온단다. 버스 시간표에 따라 어떤 계절에는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서기도 한단다.

청소를 얼마나 깨끗하게 해 놓는지 그분이 한번 지나가면 바닥이 윤이 난다. 늘 기분이 좋다. 그래서 볼 때마다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사모님!"하고 큰 소리로 인사한다. 한번은 몸이 안 좋은 남편 병간호로 며칠 쉬는 동안 대신 다른 분이 청소를 담당했는데, 힘에 부쳐 못하겠다면서 바로 그만두었다. 그런데 이분은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늘 즐거운 표정으로 입주자나 오가는 이들을 대한다.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 일로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그 모습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그래서 명절 때는 누구보다도 먼저 선물꾸러미 하나 전달한다.

또 한 사람은 1층 커피숍의 20대 후반 처녀다. 아침 8시 반경 문을 여는데, 내가 거의 첫 손님이다. 출근하면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해서 들고 올라가는 날이 많다. 그때마다 그는 늘 밝은 미소로 맞이한다. 정성으로 커피를 내려주고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하고 힘차게 응원해 준다. 그래서 거기서 커피 한 잔 얻어 들고 7층으로 올라오는 길은 하루가 즐겁다. 점심 식사 뒤에도 종종 들러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값도 싸고 맛있다고 주변에 소문이 나서 늘 붐빈다. 포장 구매(takeout)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와중에도 결코 얼굴을 찡그리는 법 없이 항상 즐거운 표정으로 손님들의 주문에 응한다.

가끔 늦은 오후에 법원 재판 마치고 피곤을 달래기 위해 달곰한 캐러멜 마키아토(caramel macchiato) 한 잔 마시러 들르면, 자신도 피곤할 텐데 역시 밝은 미소로 응대해서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린다. 이 커피숍에 온 지 3~4년쯤 된 것 같은데, 단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손님에게 불쾌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환한 미소와 명랑한 얼굴로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그의 일상이 나에게는 늘 감동을 준다. 그래서 청년이지만 존경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건물에 들어온 지 14년째다. 이런 분들이 주위에 있어서 날마다 즐겁다. 법률가로서 손님을 만나 고민을 들어주고, 재판을 준비하고 나가며, 수사기관이나 다른 관공서를 드나들면서 일 처리 하는 모든 과정을 소명의 완수로 생각하고 즐겁게 하려 한다. 그리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내 얼굴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이름만 들어도 힘이 나는, 그야말로 원기소(元氣素; energizer)가 되기를 소원하며 기도한다. 모든 일의 과정을 즐기려 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간혹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디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내 삶에 스트레스란 없고 오직 하나님 주시는 스트레스밖에 없다고 답한다. 따라서 내가 하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실 나도 감정노동자다. 아무리 즐거운 마음으로 살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나나 동료들에게 늘 밝은 얼굴로 손님을 대하자고 다짐하지만, 감정이 밖으로 드러날 때가 꽤 있다. 그럴 때면 위 두 분의 친절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추스른다. 내 삶의 슬로건'섬기자! 나누자! 즐기자!'대로 살기 위해, 늘 웃는 얼굴로 주변을 밝히는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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