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세아시멘트 전경 / 중부매일 DB
아세아시멘트 전경 / 중부매일 DB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시멘트세 신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시 다뤄진다. 지난해 새 국회가 개원하면서 지역에서는 기대를 가졌지만 세금 대신 기금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게다가 시멘트 업계가 주도한 기금조성 방안에 대해 지역의 입장이 갈리면서 세금 신설 추진의 탄력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면 미루고 덮는다고 그 가치가 가려지지 않는다. 시멘트세도 마찬가지다. 기금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이다.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사실 시멘트세(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의 당위성은 진작부터 제기됐던 내용이다. 지역의 특정 자원을 이용하면서 환경오염이나 소음 등을 유발하는 시설에 대한 과세(課稅)라는 점에서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한다. 또한 그 쓰임새가 해당 지역 주민생활환경 개선과 지역개발을 위한 사업의 재원인 만큼 필요성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환경부담금을 물고 있는 업계의 중복과세 주장은 일부 고려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시멘트세 신설은 시대적 주문이다. 이전의 잣대로 이를 평가하려 해서는 안된다.

지역자원시설세의 가장 큰 목적은 해당 지역에 대한 지원에 있다. 업계에서 기금조성을 통한 지원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시멘트 업계가 별다른 이견없이 기금조성에 나선 것은 업계 스스로 지역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시멘트 공장 가동으로 인해 지역과 지역민들이 입고 있는 피해를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업계가 기금조성에 나서면서 밝힌 '지역사회와의 상생 발전'이 진심이라면 세금 신설을 막아서는 안된다.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뻘짓이기에 그렇다.

결국 해당 지역 국회의원 등이 편들면서 득세했던 기금조성은 주장의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이는 향후 기금조성 계획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수혜지역 범위 등 효용성 면에서도 안전장치가 가능하다. 세금 부과의 안정성을 뛰어넘는 기금운영은 정치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운영에 개입할 일부 정치인의 입김만 커질 뿐이다. 결국 어떤 면에서도 기금조성으로는 세금신설을 대신할 수 없다. 부족함에도 당장 쓸 수 있어 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 밥그릇을 깨는 짓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금 조성에 목을 맨다면 이는 업계가 지역사회와 함께 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지역상생을 위한 길을 가겠다면 이제라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업계의 입장을 지지하는 산업부와 지자체와 주민을 우선하는 행안부간의 협의가 예정돼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추진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속도를 내지 못해도 시멘트세는 결국 신설될 것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타당한 선택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시멘트업계는 하루라도 빨리 지역과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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