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몰골 사납게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펼쳐지고 있는 현재 우리 정치권의 상황이 바로 이 모습이다.

여당과 제1야당은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탈환이냐를 놓고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또 각 정당은 자당 후보들 간의 치열한 싸움으로 자중지란(自中之亂) 양상을 보이고있다. 후보자를 둘러싼 새로운 이슈가 생겨날 때마다 이를 놓고 각 진영이 달려들어 물고 뜯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마치 먹잇감을 놓고 싸우는 이리떼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정당의 가장 우선 목적이 정권 창출이다 보니 대선을 앞두고 정당간 치열한 기싸움은 당연하겠지만 이번에는 특히 심한 편이다. 지금 보여지는 정치권의 모습은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후보자들 가운데 정책이나 공약에 정성을 기울이는 인물은 거의 찾기 힘들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도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 일색이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은 도대체 어떤 판단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지 헷갈릴 뿐이다. 황당한 공약을 내세워 화제가 되고있는 허경영 후보가 차라리 돋보인다는 푸념 섞인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내년에는 대선에 이어 6월 1일에 전국 동시 지방선거도 치러진다. 지방선거를 앞둔 일부 출마예상자들은 이미 추석명절을 맞아 자신의 얼굴을 새긴 현수막을 지역구 곳곳에 부착하며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바빠진 마음에 유권자들을 만나는데도 적극적이다.

문제는 이들의 행보도 실망 한가득인 대선 후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자치단체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쟁 상대를 깍아내리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 자신이 왜 선거에 나서는지,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를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일은 뒷전이다.

현직 단체장들은 그들대로 현직 프리미엄을 얹어 그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 밖인 지방의원 선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내년 지방의원 선거도 깜깜이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그저 정당공천 앞순위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출마예상자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데 공들이기보다는 공천권을 따내는데만 주력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가 오래전부터 압도적인 여론 지지를 받고 있지만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현재의 선거체제로 올바른 지방일꾼을 뽑는데는 한계가 있다. 방법은 단 한가지, 이제는 유권자들이 나서 선거혁명을 이루는 수 밖에 없다. 당리당략에 눈이 먼 정치인들에게 선거혁명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들을 뽑고 부리는 유권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후보자 선택에 대한 올바른 눈을 뜰 때 비로소 유권자들의 손으로 선거혁명을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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