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한식 수필가

연쇄점 앞이었다. 언덕으로 인해 도로는 경사져 있다. 한 남자가 술에 취했는지 소리 지르며 일어나려 했지만 거푸 넘어지며 도로로 밀려나고 있었다. 가는 쇠기둥을 잡고 있어도 불안하다. 나는 웬일인지 그 일의 과정을 보고 싶었다. 걸음을 멈추고 웅성대며 지켜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방차가 길가에 서고 있다. 푸른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에게 다가선다. 인사불성인 그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버둥대고, 두 사람은 그를 안고 마치 아이를 어르듯 하고 있다. 내 보기에는 서둘러 데려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좋을 것을, 시간만 끌고 있는 듯했다. 나른한 일상에 구경이라고 느꼈는지 많은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차들도 엉키기 시작했다. 좁은 도로에 소방차가 정차했으니 차들이 피해가야 하는데, 그마져도 멈춘 채 구경을 하느라 길게 밀리고 있다. 이번에는 경찰차가 다가오더니 차량을 정리한다. 소방대원이 신고한 것 같다. 처음 출동한 소방대원은 소리 지르는 이를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

이번에는 구급차가 왔다. 차의 뒷문이 열리고 운반용 침대가 내려진다. 흔들리지 않도록 몸을 묶는 것 같다.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지만 여럿의 익숙한 손길에 제압되고 묶여 차에 실린다. 한 여인이 함께 차에 올랐다. 그의 모친이 아닐까 싶다. 구급차가 달려가고, 소방차도 돌아갔다. 교통경찰마저 가버리니 파장이 되어 구경꾼들도 흩어져 제 갈 길을 간다.

상황이 종료되고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 곁에 있던 이에게 지나가듯 하는 한 마디가 내게 들려왔다. "저 사람 처음 아니야, 상습범이야" 그랬구나.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뚜렷한 직업 없고 형편이 좋지 못한데다 사회를 향한 불만이 많겠구나. 모친 같던 여인도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겠구나 싶다.

어느 일이든 여러 번 하다보면 불안이 줄어들고 익숙해진다. 어쩌면 연쇄점 직원이었을지도 모르는 최초의 신고인도 몇 번 같은 일을 겪어 습관적으로 신고하고, 출동한 이들도 반복된 일에 익숙한 솜씨로 능숙하게 해야 할 일들을 처리했을 게다. 반복되는 경험은 불안을 덜고 나름의 적당한 해결방법을 터득하게 하니까.

중국의 한 학자는 습관들이기를 반복으로 설명했다. 습관이 형성되면 원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데 그것을 디테일이라고 했다. 한 가지 행동을 세분해서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훈련하고 그 과정을 줄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습관이 형성되면 자연스러워지고 자신의 일부처럼 된다.

최한식 수필가
최한식 수필가

부정적인 일의 반복을 상습, 긍정적인 일이 몸에 밴 것을 습관이라 하는 것 같다. 내게 있어 떨쳐내야 할 상습과 길들여야할 습관은 무엇일까? 상습은 게으름과 우유부단이요, 길들여야 할 습관은 자유로운 상상이다. 감정이 무딘 내 삶의 자취인지 논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자유로운 상상은 폭넓은 유연성이 필요하다, 아이러니 같아도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반복적 길들이기를 해야겠다. 내 사고의 영역에 수시로 소요가 일고 멎는 일이 일어나야 할 게다. 아마도 가족과 아는 이들로부터 지금 뭐하고 있느냐는 핀잔을 자주 듣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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