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철길을 해찰하며 걷는다. 기차가 와서 피해야 되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급할 것도 없이 여유있는 발걸음. 벽에는 이발소, 변소, 만화대여 같은 가게 그림이 그려져 있어 옛 감성이 풍겨온다. 금방이라도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 것 같다. 플랫폼에 서서 전호기를 휘저으며 기차가 들어오는 것을 알렸던 때가 엊그제 같다.

북문로 청주역 자리에 청주역사를 세워 놓았다. 도심지에서 여유 있게 기찻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재현해 놓은 증기기관차는 추억을 되새기기에 손색이 없다. 이곳 옛 청주역사부지는 1921년 조치원과 청주 간의 충북선 개통에 따라 최초 청주역으로 개통됐다. 성안길 도심의 과밀현상과 교통난 해소 및 철도 직선화 사업에 따라 1968년 우암동 자리로 옮겼다. 이후 도심철도 이설계획에 따라 1980년 정봉동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지금의 서문대교 자리에 서문철교가 있어서 1950년대에 기차가 다녔다니 신기하다. 청주역 주변에 기차 이용객뿐만 아니라 상인과 종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무심천 위로 기차가 지나갔다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청주역은 조치원을 거쳐 외지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종이에 쓰여 있는 열차시각표도 보이고 역 광장에 검은 교복을 차려입은 기차통학생들과 보따리를 든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다. 만남과 헤어짐과 삶의 애환이 깃든 추억의 근대 시설이다.

산골소녀는 기차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기차 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열차에는 누가 탔을까. 나도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던 어린 시절.

직장 다닐 무렵 여행을 갈 땐 청주역에서 모였다. 청주란 지명이 들어갔어도 청원군에 있었으니 금천동에서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한참동안 가야했다. 아들은 멀미를 하는 편이다. 버스보다는 기차타기를 원한다. 면접을 보러갈 때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차라리 오근장역이 청주역보다 더 가까워서 그리로 태워다 주었다. 전라도 광주로 학교 간 지금은 ktx를 탄다. 오송역으로 오고 간다. 역시 먼 거리다. 지금 이 역사처럼 청주에 있으면 먼 거리를 안 다니고도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아쉽다.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 광역철도를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온 시민이 청원에 동참했을 것이다. 수도권 일극화의 대응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의 핵심 사업으로 청주, 대전, 세종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것으로 본다. 이는 충청권을 하나로 잇는 철도 대동맥이 탄생하는 것과 같아 청주시민은 기대하는 바가 크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역은 누군가는 떠나고 돌아오는 곳. 청주역이 이전하지 않고 이곳 북문로에 지금까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도심지에 있어 시민과 더 가깝고 자주 이용하지 않았을까.

청주역사는 중앙로 차 없는 거리 끝에 위치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 버스 타고 상당공원에서 내려 소나무 길도 걸어보고 청주역사를 본 뒤에 옆에 있는 도시재생허브센터나 조금 더 걸어 목욕탕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면 어떨까. 차를 놓고 도심을 해찰하며 걷는 시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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