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인식, 정서가 문화를 형성하고 그 문화가 나라의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탐욕이 없다는 것이지만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요인의 개입 없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는 인식,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라고 보는 게 더 청렴의 의미에 가깝지 않을까.

근래에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규모를 키우고 있는 나라가 있다. 이웃나라 중국이다. 중국이 출렁이면 주변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중국 관련 뉴스가 나오면 어떤 소식인지 눈길이 간다. 얼마 전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중국 대표 술 기업인 마오타이를 이끈 위안런궈 전 회장이 200억 뇌물수수 협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마오타이 판매권, 대리점 경영권 등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이유다. 1심 재판 결과 개인 재산 몰수 판결이 나왔다.

'뇌물수수'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보자면 이러한 문제는 중국의 오래된 '꽌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중국인들의 경우 자신과의 친분 수준에 따라 물건을 값을 다르게 책정해 판매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법률로 정한 것보다 개인의 친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은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집단이나 개인끼리 거래에서 일면 괜찮은 부분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과 집단이 유입되고 공적인 일의 영역에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중국이 지금처럼 거대한 경제국이 되기 전 외국자본과 기술의 유치를 어렵게 만들었던 것도 중국의 꽌시 문화에서 비롯된 기준 없는 업무처리에 있었다.

그런데 성공을 거둔 중국 견과류 업체의 창업자의 또 다른 이야기는 다소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창업자의 경우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고 퇴근 후에는 독서를 즐기며, 가장 강조하는 덕목이 청렴이다, 철저히 중국의 꽌시 문화를 배격한다. 납품업체와 식사할 때 고급식당을 이용해서는 안 되고, 제품개발 · 조직문화 · 마케팅 · 고객서비스에 더 중점을 둔다. 꽌시 보다 청렴을 우선순위로 뒀기 때문에 기업이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공산권 국가의 일을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60~7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횡행했던 부정부패의 모습도 꽌시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우리나라식 꽌시로 느껴질 때도 있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는 국가별 공공, 정치부문에 존재하는 부패의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패인식지수가 2017년 51위에서 2019년 39위를 차지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중국의 경우로 예를 들긴 했지만 인맥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에서는 여전히 한국식 꽌시가 존재하고 이를 타파하기란 생각 외로 쉽지가 않다. 다만 앞서서 이야기했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 정서와 문화를 형성하듯이 부정부패를 배격하고 청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혹은 그런 사회가 옳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이 꾸준하다면 '청렴'이란 단어가 공염불이 아니라 좀 더 힘을 가진 단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