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놀이방법도 가물거리는데 인기라고 한다. 문득 어릴 적 그 놀이를 하다가 옷을 찢어 엄마에게 꾸지람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 떠오르기도 한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드라마 자체의 구성이나 플롯의 완결성 등이 주는 몰입감과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액션 등이 이유일 수 있겠다. 패배한 사람은 목숨을 내놓아야하는 생존게임이라는 설정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는 개발연대를 지나서 베이비부머가 키워낸 MZ세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계속 감소해서 대한민국은 점점 고령사회로 다가가고 있으며, 이제 일 할 수 있는 인력은 소수의 젊은이와 상대적으로 평균수명이 긴 중년여성 인력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긍정적 예측 이면에는 단순 업무의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소수의 우수한 인력만이 요구되고 나머지 잉여인력은 직장을 잃게 될 거라는 공포스런 예측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지런함만 있으면 결혼을 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던 환경이 아니라 생존경쟁에서 패배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지금 시대상을 드라마로 옮겨 놓았기에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오징어 게임같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걱정이다. 다행히도 현실에는 그들을 돕는 여러 정책들이 있어 드라마 속의 참가자들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까.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이슈가 되었던 청년 내일채움공제를 생각해봤다.

지난 8월 '청년내일채움공제' 5주년, 만기 10만 명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청년근로자의 장기재직과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운영하는 정책성 공제다. 사업주, 재직 청년, 정부가 공동으로 적립한 공제부금에 복리이자를 더해 2년 이상 장기재직한 청년 재직자에게 성과보상금 형태로 목돈을 지급하는 제도다. 첫 도입 이후 5년이 지나면서 청년과 기업 모두가 만족하고 청년 고용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청년정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된다. 지난 5년간 누적 총 47만9천336명의 청년과 11만1천748개 기업이 가입했는데, 참여 청년의 91.9%, 기업은 91.5%가 만족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고무적인 것은 청년공제 가입자의 2년 이상 근속비율이 일반 중소기업 취업청년보다 약 30%p 높아, 기업이 우수한 청년 인재를 장기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제도의 긍정적 효과에 더해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 듯 더 살펴봐야할 것이 있을 것이다. 고용유지, 취업소요기간, 참여자 만족도 등을 중심으로 사업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툼이 있을 때 한쪽 편의 말만 듣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측면에서도 제도를 평가해야할 것이다. 즉, 공제가입자에 한정하지 않고 신청탈락자, 중도해지자, 만기자 등 공제사업의 범위에서 벗어난 청년근로자들의 실태파악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내일채움공제 빌미로 청년 괴롭히는 사용자들', '2년간 '노동 족쇄' 악용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4명 중 1명이 못 견디고 중도해지… 감독필요' 등 최근의 보도와 같은 부작용을 들 수 있겠다.

우리 진흥원 주관으로 진행했던 '충청북도 고용우수기업' 인증패 수여식 사례발표에서도 한 기업의 대표가 만기 수령 후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를 지적했던 것이 기억나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장기근속 유도가 궁극적 목표인 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재직자형 내일채움공제'와 연동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충북의 고유사업으로 '성장촉진지역 청년근로자 근속지원사업'이 있다. 북부권의 단양, 중부권 괴산, 남부권의 보은, 옥천, 영동 지역에 한정해서 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신규 채용자가 아닌 1년 이상 근속한 청년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장기근속에 더 효과가 있다고 확인됐다. 매월 30만원을 2년간 재직 청년에게 급여보조 형태로 직접 지급하는 사업이다. 최근 설문을 통해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기업의 78%가 만족하고 있으며, 기업의 장기근속 유도에 기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57.3%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충북 11시군의 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성장이 필요한 이미 고령사회가 된 지역의 기업에 근로여건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켜야할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제사업이나 근속지원사업 등은 일자리사업에서 '직접일자리'사업으로 예산소요가 상대적으로 큰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의 효과성을 보다 세심하게 주기적으로 모니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