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유출을 비롯한 인구 급감과 고령화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된 농촌지역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온다. 지방재정 확충에 크게 기여를 할 수 있는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이름 그대로 고향 등 현재 거주한는 곳이 아닌 지자체에 돈을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경우에 따라 상당한 금액이 모여질 수 있으며 지역 인재양성이나 의료 및 복지 서비스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갈수록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는 농촌재정에 대한 도움은 물론 고향사랑의 마음까지 전할 수 있어 성과가 기대된다.

오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금은 기부하는 출향인 등에게도 실질적 혜택이 주어진다. 기부액의 30% 이내로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지자체로부터 일정 한도내의 지역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농축수산물 등 자치단체내에서 생산·제조된 물품이나 고향사랑 상품권 등이 포함돼 지자체는 물론 지역의 농어촌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고향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비록 연간 500만원까지 한도가 정해졌지만 기부금 규모가 전국적으로 조 단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이와 비슷한 고향세를 시행하는 일본의 경우 첫해 1천억원에 못미쳤지만 12년만인 지난해 7조원을 넘었다. 아직 첫발도 떼지 않은 터에 앞서가는 것일 수 있지만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고향사랑에 유난스러운 한국인의 정서상 그 효과는 자못 클 것이다. 재원 확대로 자지체의 운용 범위가 넓어진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모금액 규모도 의미가 있지만 이를 얼마만큼 효과적,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다시 기부열기로 이어진다. 잘 쓰면 더 많은 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의 일이다. 당장은 안착이 급선무다. 정치적 일정에 따라 생긴 내년 1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제도를 보다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행정조직 등 관(官)이 너무 나서서는 안된다. 공무원의 적극 권유는 처벌대상이다.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길게 봐도 이게 맞다. 그래서 일단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자칫 지지체간 과열경쟁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이는 제발등을 찍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돈이든지 처리는 투명해야 한다. 하물며 고향을 위해 기부된 돈의 흐름은 더더욱 분명해야만 한다. 기부자가 쉽고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다음을 기약하고, 다른 기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재원으로 한 사업을 기부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고향에 보내는 선물과 다르지 않다. 눈앞에서는 강권(强勸)이 되는 일도 멀찍이 떨어져서 우회적으로 한다면 격려(激勵)가 된다. 여건을 만들고 분위기를 돋우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고향사랑도 탈이 나면 곤란하다. 자발적 참여가 그 해답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