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동현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전공

"국회의원 직을 지역주민과 국민께 돌려드리겠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워 의원직을 사퇴합니다". 지난 두 달 사이 윤희숙, 곽상도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안을 제출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관련 문제이기에 그러했고, 공정의 가치와 맞물렸기에 비난의 정도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의원직 사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 진짜 정치가 좀 변한 건가.

솔직히 설마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기득권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 직을 내려놓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도 뻔뻔하게 자리를 지킨 국회의원이 대부분이었던지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잘못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고, 범죄 여부는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었다. 이렇게 불신이 팽배한 정치권에서 이뤄진 일이기에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정치는 죽어야 산다'라는 말이 그냥 나왔겠는가.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를 보여줬다.

그동안 그 끝이 좋지 않았던 정치인을 수없이 봐왔다. 나는 이러한 결과가 근본적으로 직업의식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정치인은 무릇 자신이 행할 정치권력에 앞서 정치적 역량과 자질을 갖췄는지 질문해 보아야 한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소명으로서의 정치, 특히 '책임 윤리'를 강조한 것이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면 정치인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이슈보다 이슈를 대하는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

신동현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전공<br>
신동현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전공

최근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만 보더라도 과연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여야 모두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내로남불'에 울분을 토하며 2030세대가 보여준 표심의 결과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쪽이, 조금 더 변화를 보여주는 쪽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다.

타인을 비판할 때는 그만큼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된다. 그래서 훗날 내가 쓴 이 글이 나에게 적용된다면 나는 떳떳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논리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면 이상적인 정치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시대를 떠나 책임정치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이것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일 것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 다가오는 선거에서, 현대 정치에서 염치 있는 정치인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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