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요즘 부모라는 노래를 하모니카로 연습하고 있다. 익히 아는 노래지만 반주 엠알에 맞추어 연주하려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 아버지와 어머니, 말만 들어도 뭉클하다. 유주용이 노래한 부모는 그 유명한 김소월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다. 1969년에 발표했으니 꽤 오래된 노래다. 어버이날만 되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가요무대에서 누군가 불렀다. 나도 어머니가 생각나면 흥얼흥얼. 그러다 울컥하여 뜨거운 진액이 흘러내린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을.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역시 김소월의 시다. 내가 보기에 소월은 우리 말을 기막히게 구사한 시인이다. 어려운 한자어를 쓰지 않고 가능한 토박이말을 썼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옛이야기 듣는가. 무슨 가사가 말하는 듯이 자연스럽고 깊이까지 있다. 나는 가끔 이 구절을 부를 때 눈을 지그시 감고야 만다. 어머니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옛이야기를 참 많이도 들려주었다. 주로 시집살이한 이야기지만, 구수한 옛날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다. 아마도 지금의 내 알량한 문학적 상상력은 어머니 덕분일지 모른다.

어머니 떠나신 지 올해가 꼭 10주년이다. 아무 때나 생각나는 어머니, 조금만 몸이 아파도 떠오르는 어머니다. 나를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지만 서운할 때도 있었다. 자식 마음을 몰라 줄 때 그렇게 원망스러웠다. 내 어머니가 맞냐고 따진 적도 있었다. 아,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갑자기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실 때 엄청나게 후회했다. 어머니가 자식 마음을 몰라 준 것이 아니라, 내가 어머니 마음을 몰랐던 것을…. 자식은 아무리 효도해도 어머니에게 미치지 못한다.

어머니는 가시고, 나는 이제 아내와 둘이 산다. 가끔 아내에게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미자의 노래, 님이라 부르리까. 가끔 아내를 바라보며 님이라 부르리까, 당신이라고 부르리까 하면서 묻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얼굴을 붉힌다. 갑자기 왜 이러느냐는 거다. 어떤 사람은 아내를 여보, 자기라고 부른다는데 나는 당신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이미자 노래 때문인 것 같다. 가끔 아내에게서 어머니를 발견하곤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꾸 소심해지고 마음마저 약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아내가 툭 한마디 던지는 것이 진리로 다가올 때가 있다. 어머니의 옛이야기가 그랬듯이, 아내의 말 한마디가 성인 말씀처럼 와닿는다.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어머니와 아내! 나는 어렸을 때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았고, 장가를 든 후에는 줄곧 아내와 살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여인이다. 나의 여인이다. 세상만사가 음양오행으로 이루어져 흘러가듯이, 나 역시 음양 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왜 양보다 음이 먼저일까. 결국 남자는 여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게 편하다. 그걸 이제야 깨닫고 있으니 만시지탄이다. 가끔 서로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한다. 그러면 난 참 서운하다. 어찌 남편 말을 그렇게 허투루 듣느냐고. 꼭 어머니에게 느꼈던 그 감정이다. 근데 그게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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