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담당 부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맘때가 되면 가슴이 아리단다. 2004년 10월 21일, 세종시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역사적 날이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21일은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관습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 날이다. 그로써 행정수도 세종 이전 계획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반쪽짜리로 축소됐다. 이춘희 시장은 당시 건설교통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이었고 이듬해 초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맡아 세종시 건설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서울에 존치시킨 17년 전 그 헌재의 판결이 없었더라면 지금 세종시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지난달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확정'을 품에 안은 세종시의 다음 과제는 개헌이다. 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개헌을 통해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반쪽자리 위상에서 벗어나 '행정수도' 라는 법적 지위를 갖기 위해서다.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확정을 통해 행정수도 완성 이라는 과제에 한 발 다가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세종시가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숙제를 완성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행정수도=세종시'라고 헌법에 명문화하는 개헌,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국민투표 실시,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등이다. 모두 녹록치 않은 길이다.

우리 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마지막 개헌(제12대 국회때 국민투표)을 끝으로 34년째 멈춰있다. 34년이나 묵은 법인 셈이다. 1948년 7월 17일 제정·공포된 헌법은 지금까지 12차 개헌안이 제출됐고, 9차의 개헌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분명한 건, 34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경제규모는 1987년에 비해 10배 넘게 커졌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 1996년 OECD 가입과 2021년 7월 선진국 지위도 확보했다. 국민들의 가치관, 시대정신 역시 과거와는 달라졌다. 요컨대, 개헌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34년 전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 기본권에 대한 사항, 국가권력구조와 지방분권, 국가의 수도 등의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고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성장보다는 상생과 포용의 가치를 중시하는 헌법이 돼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직면한 수도권 초집중화·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이기도 하다.

김미정 기자
김미정 기자

박진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세종시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의 주제발표에서 헌법개정안으로 헌법 제117조에 '대한민국은 분권국가이다',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는 세종시이다', '행정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등을 명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세종시 행정수도로서의 지위 확보 문제는 국가균형적 측면뿐 아니라 행정능률성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헌법적 사항"이라며 헌법에 세종시를 수도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개헌을 지지했다.

낡은 헌법이 된 '헌 법',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 새로운 헌법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주도의 개헌을 관철시킬 지금이 개헌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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