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영식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서원대학교 교수

2020년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원작인 웹툰도 높은 인기를 누렸고, 드라마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박새로이'가 전학 첫날 학교폭력에 휘말리며 돈과 권력의 힘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감옥에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박새로이'는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단밤 포차'의 젊은 사장이 된다. 그는 때로는 답답하리만치 고지식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손해도 감수하면서 '장사의 기본은 사람'을 인생의 모토로 살아간다.

밤톨머리를 한 젊은 포차 사장은 확고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장사는 사람이다. 신뢰를 잃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실리를 쫒기 보다는 내 사람을 믿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온갖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그의 강함은 바로 사람에게서 나왔다. 사람들의 신뢰가 그를 단단하게 해주었고,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소신파 젊은 사장은 더 큰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태원의 작은 가게 '단밤 포차'의 '클라쓰'였다. "어서 오십시오. 단밤입니다." 우렁찬 박새로이의 목소리가 다시금 가슴을 뛰게 한다.

요즘 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참이다. 컷 오프를 통과한 4명의 후보자들이 설전을 벌이는 토론회를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포차 사장을 생각해 본다. 우선, 예비 사장들이 생각하는 국정운영이라는 '장사'의 기본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어떤 경영철학으로 커다란 포차를 운영할 것인지 '대한민국 포차'를 방문할 손님의 입장에서, 주인장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장사에 대한 소신이 알고 싶어진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는 유력 예비 사장의 토론회 모습과 경선과정에서의 언행을 보면서 장사에 대한 철학을 생각해 본다.

지난 6월 장사를 하겠다는 공식 선언에서 이 유력 예비 사장은 '문가(文家)'네 가게가 손님들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고, 주인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경영권을 연장해 손님들의 주머니를 약탈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런 가게의 주인장을 반드시 교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실, 이 사람은 '문가(文家)'네 사장이 발탁한 직원이었고, 가게에서 직원들 간에 심각한 의견 충돌로 결국 스스로 가게를 그만둔 사람이다. 그가 생각하는 '장사'의 기본, '대한민국 포차'의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출마선언에서 이야기했다. 예비 사장 후보의 이 말을 들으며 과거 '문가(文家)'네 가게에서 주인장의 뜻을 꺾으려고 같은 가게 직원의 잘못을 '탈탈' 털어 끝까지 버티는 모습이 떠올랐다. 잘못을 저지른 가게의 직원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큰 가치를 위해 그런 직원을 등용하려는 사장을 두둔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영철학으로 이야기하는 그의 '법치와 공정'이라는 가치가 손님과 직원들 모두가 공감하는 가치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그만의 가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영식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그가 했던 부정식품과 주120시간 노동 발언, 소속 정당의 같은 예비 후보들에 대한 강경 발언,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논란을 보면, 그런 의문점이 점점 나의 확신으로 굳어간다. 후보는 말꼬리를 잡는다고 반박하지만 '말'이란 것은 본래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이 묻어나는 것이다. 그의 이런 '실언(失言)'들은 그가 생각하는 '법치와 공정'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대한민국 포차' 단골손님인 나로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역량을 넘어서는 조직은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 포차'의 수준은 바로 주인장의 수준이다. 내 단골집 '대한민국'이 어느 가게와 견주어도 당당할 수 있는 그런 '클라쓰'면 좋겠다.

2022년에는 '단밤 포차' 사장처럼 '어서 오십시오, 대한민국입니다' 힘차게 외치는 소신 있는 사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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