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요즘 슈퍼밴드Ⅱ를 보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여러 가지 행사로 바쁜 주말을 보낸 월요일인데도 늦은 시간 기꺼이 2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이들의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가 흥미롭기도 했고, 록의 향수로 인해 ‘나때는~’ 이란 단어가 부정적 수식어가 아닌 긍정어로 바뀌며 청춘의 페이지들이 새록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슈퍼밴드에서 매회 다채롭게 보여주는 강렬한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각 회차마다 새로이 팀을 결성해 자신만의 밴드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모습도 신선했다. 팀의 보이스를 더하기 위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모습들은 쾌감을 주었다.  

 지난 11회는 결선라운드에 진출할 6팀을 뽑기 위한 무대를 아주 흥미롭게 보았다. 그러나 결선 진출예정자 27명을 뽑는 과정은 참으로 불편했었다. 무대에선 결선 진출자를 서게 하고, 심사위원들은 ‘이번 탈락자는 000입니다’라고 호명하는 것이다. 탈락자는 무대 중앙으로 나와 슈퍼밴드에 참가 소감을 밝히면서 퇴장을 하는 것이다. 탈락의 호명을 들고 무참히 걸어 나오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떨어진 사람에게 무대 중앙의 조명을 받게 하며 굳이 소감을 들어야 하는가 싶었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설정이었나?하는 생각을 하며 차라리 합격자를 부르는게 훨씬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모처럼 딸과 저녁식사하는 중에 슈퍼밴드 이야기를 했다. 왜 우리나라는 그토록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가 많을까? 각종 경연대회를 이야기하면서 슈퍼밴드에서의 불편했던 점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엄마! 출연자 모두 음악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고, 또한 대단한 기량을 갖춘 사람이잖아, 인디밴드들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자 나온 사람들이야. 탈락자들은 오히려 호명해서 자신의 소감을 밝히며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기회를 얻어서 더 좋았을 거야” 하는 것이었다. 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 불편했던 내 생각이 기우였음을 느꼈다. ‘젊은이들의 쿨함’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는 경쟁에서의 탈락은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고, 치명적이고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비해 요즘 젊은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의 과정에 더 자극을 받고 배움을 이어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도전도 신선했고,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처음 만나 새로이 구성된 멤버들과 색깔을 만들어나가는 모습도 좋았다. 젊은이들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패기, 진지한 열정은 회차를 넘어갈수록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에선 음악을 사랑하는 선배로서의 따스한 조언과 격려하는 모습도 참 좋았다.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젊음! 

K-음악, K-영화, K-아트, k-드라마 등이 해외에서 인기몰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제 곧 ‘글로벌 K-밴드’가 나오길 믿는다.

솟아라! ‘K-밴드!’ 흥해라! ‘K-컬쳐!’

키워드

#교단에서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