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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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매일
  • 승인 2021.10.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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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 소장·전 세광고 교장

매년 10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세계인의 관심이 노벨상 수상자에 모아진다. 올해도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한 분야에 몰입해서 탁월한 성과를 올린 학자들의 면면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금년의 수상자 중 주목을 끈 인물은 생리의학상 부문의 레바논계 미국인 아담 파타푸티언 박사다.

15년 넘게 지속된 레바논내전을 피해 18세에 가족들과 같이 미국으로 이민, 피자배달을 하며 과학도의 꿈을 키워간 입지전적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레바논에서는 과학자라는 직업 개념이 없었다는 수상 소감도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해마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과학자 중 이민출신 미국인이 자주 등장하는 사례를 보면, 미국이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초기, 미숙한 대응으로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미국이 백신 개발을 통해 강대국의 위상을 되찾은 이면에는 이민정책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는 특유의 문화도 한 몫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현재까지 노벨 과학상 부문 미국인 수상자 85명 중 33명이 이민출신이다.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의 설립자가 이민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십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유니콘(unicorn)기업의 설립자 50%도 이민 출신이고, 벤처기업과 특허출원의 비중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 이민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계 유태인 출신 과학자들에 의해 비약적인 과학 발전을 이룬 성공 체험도 갖고 있다. 사회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이민 출신은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모험과 혁신에 대한 의지가 월등하게 높다고 한다. 이민을 국가 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강대국의 면모는 바로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미국은 인구문제에 있어서도 이민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깊은 수렁에 빠져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우는 예외다. 이민의 유입을 통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 때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지금 그 예측이 신중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인구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한자녀출산' 정책으로 급격한 인구절벽 문제에 봉착하자 '세자녀출산'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인구 문제로 고심하는 일본이 이번 올림픽에서 개막식 기수와 성화 봉송 주자를 혼혈계 일본인으로 내세운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저출산으로 고심하고 있는 한국 사회도 이민 문제에 전향적으로 접근할 때가 된 것 같다. 실제 한국은 이민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학생의 경우 다문화학생이 16만 명으로 전체 대비 3%를 넘고 있다. 매년 1만 여명 정도의 다문화 학생이 늘고 있는 상황이고, 경기도의 경우는 다문화 학생이 70%를 차지하는 학교도 나타나고 있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연구소 소장·전 세광고 교장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인구 문제는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그리고 그 대안 중 하나가 이민정책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다. 단일민족국가라는 프레임은 오늘의 '초연결사회'에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다. 개방과 관용의 문화를 바탕으로 다문화국가의 기틀을 세워가야 한다. 지구인의 정체성을 갖고 세계시민(Cosmopolitan)으로 살아가는 인식의 과감한 전환, 여기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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